라니냐 전환기 겹쳐 소용돌이 '급속강화' 유발
기후위기 그리고 엘니뇨와 라니냐의 합작으로 북미지역에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오는 6월 1일~11월 30일 '북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을 맞아 풍속 62.8㎞/h 이상의 폭풍이 17~25건의 몰아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예년의 2배 수준이다.
허리케인 빈도뿐 아니라 세기도 더 강해진다. 폭풍이 풍속 119.1㎞/h를 넘는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8~13건, 풍속 178.6㎞/h 이상의 '대형'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4~7건에 달한다. 평균 한 시즌에 대형 허리케인이 3건에 그쳤는데 비해, 올해 대형 허리케인 발생 빈도는 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예보다.
과거에 대형 허리케인이 7건 이상 발생했던 해는 '카트리나'와 '이언'이 닥쳤던 2005년과 2020년이다. 올해도 7건 이상의 대형 허리케인이 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전문가들은 피해규모가 이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온난화로 기온이 2005년과 2020년에 비해 더 높기 때문이다. 올 4월 전세계 평균기온은 15.03℃로 11개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최근 1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6℃ 높아져 있는 상태다. 전세계가 목표한 기후 임계치 1.5℃를 이미 넘었다. 이처럼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는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 기온이 1℃ 상승할 때 대기중에 머무를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7%가량 증가한다.
게다가 엘니뇨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수증기 발생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전세계 해수면 온도는 21.04℃를 기록해 역대 4월 중 가장 높았다. 이는 13개월 연속 월평균수온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 겨울부터 엄청난 폭우를 뿌리는 좁고 기다란 비구름대인 '대기의 강' 현상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강우량은 예년의 4~6배에 달했고, 일부지역은 한해 강우량이 단 며칠 사이에 쏟아지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4~6월 엘니뇨가 점차 약화돼 라니냐로 전환해가면서 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역시 우려스러운 징후라는 분석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해역의 '연직 시어'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연직 시어'는 다양한 고도에서 발생하는 풍속과 풍향의 차이를 말하는데, 연직 시어가 약할수록 소용돌이가 발생했을 때 수증기와 에너지를 빨대처럼 빨아올리면서 세력을 확대시킨다.
이에 따라 대비할 시간도 없이 소용돌이가 '급속강화'해 수일만에 허리케인이 육지에 들이닥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의 대기과학과 교수 앤드류 데슬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해수면 상승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홍수 피해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며 "이번 시즌에는 허리케인 풍속의 '급속 강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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