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쓰레기통 뒤진 독수리...플라스틱까지 먹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2 17:58:56
  • -
  • +
  • 인쇄
홰 밑 토사물 60%서 플라스틱 검출
도심·음식점 가까울수록 비중 높아

도시 주변에 서식하는 독수리들이 식당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면서 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지리·지구과학과 부교수 새러 가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수리가 앉은 홰 아래 토사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서식지가 도시에 가까울수록 플라스틱을 함유한 토사물 덩어리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인구 290만 대도시 샬럿 주변에서 약 20∼500마리씩 모여있는 검은대머리수리(Coragyps atratus)와 터키콘도르(Cathartes aura)의 홰 주변에서 이들이 소화하지 못하고 토한 토사물 덩어리를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수거한 1087개의 토사물 가운데 60%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토사물 전체 질량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수준이었다. 플라스틱 이외에도 돌과 동물 잔해, 금속, 섬유, 종이, 나무 등이 발견됐다.

'푸리에 전환 적외선(FTIR) 분광법'을 활용해 플라스틱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 실리콘 고무(7.5%)와 고밀도 폴리에틸렌(7.0%), 일반 폴리에틸렌(6.4%) 등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플라스틱 토사물의 양과 도시에서 홰까지 떨어진 거리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400m~20km 거리 한도에서 △푸드트럭, 식당, 슈퍼마켓 등 음식점 밀집도 △가축 및 사냥용 동물 사육업체 밀집도 △쓰레기 매립지와의 거리 △도심 개발량 등 4가지 척도를 기반으로 통계를 냈다.

통계분석 결과, 20㎞ 이내에서 도심개발이 증가하고, 음식점 밀도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을 함유한 토사물 덩어리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분석결과와 직접 관찰을 통해 검은대머리수리가 주로 음식점 쓰레기통을 뒤져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한나 파트리지는 "검은대머리수리가 패스트푸드 음식점 주변의 전신주 주변에서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직접 날아들었다"면서 "농촌지역과 자연이 제공하는 먹이를 선호하는 터키콘도르는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독수리가 죽은 동물에서 섭취해 온 뼛조각이라고 생각해 플라스틱을 먹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운 먹이원을 찾다보니 플라스틱도 먹이라고 생각해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 털과 같은 소화할 수 없는 내용물을 토해내기 위해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먹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가네 부교수는 "식당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독수리가 뚜껑을 열 수 없는 통에 담아 버려야 한다"면서 "독수리와 다른 동물에게 해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쪽으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12일(현지시간) 학술지 '프런티어스: 생태와 진화'(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기내식 용기 '식물성 소재'로 바꾼다

대한항공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기내식 용기를 도입한다.대한항공은 오는 12월부터 밀짚, 사탕수수, 대나무 등 비목재 식물성 원료로 제작된 기내식 용

"배출권거래제, NDC 53% 맞춰 운영"…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다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 하한목표인 53%에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젊어지는 삼성전자'...30대 상무·40대 부사장으로 '세대교체'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4명 많은 161명에 대한 임원승진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와 로봇,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는 게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기후/환경

+

땅속에서도 죽지 않는다...북극 동토층 '좀비 산불'로 몸살

땅속으로 파고든 불씨가 죽지않고 타는 '좀비 산불'이 시베리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의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좀비 산불'은 유기토양

기후취약국들 갈수록 '빚더미'..."기후재원 언제까지 대출받아 피해복구?"

기후재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를 촉발시킨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다시한번 촉구하고 나섰다.기후

1만2000년만에 분화한 화산...연기 14km까지 치솟아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하일리 굽비 화산(Hayli Gubbi volcano)이 약 1만2000년 만에 처음으로 분화했다고 24일(현지시간) AFP,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

"초미세먼지 줄여라"…정부,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출력제한 조치

온화한 날씨로 인해 올겨울 초미세먼지(PM2.5)가 지난해보다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석탄발전소 최대 17기

탄소배출권 사서 메우자?...배출권 의존기업 탄소감축 '제자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확대보다 기업의 직접 감축 노력이 우선이라는 국제보고서가 공개되며 상쇄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대한상의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 모집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재생에너지 활용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연수는 오는 12월 10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