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담배꽁초 500g 1만원"…다른 지자체는 포기 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9 18: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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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보상제' 시행중인 곳은 도봉구뿐
과열경쟁에 예산부족…재활용도 못해
▲미세플라스틱 주범으로 지목되는 담배꽁초(사진=용산구)

일부 지자체에서 '담배꽁초 수거보상제'가 시행된지 1년 반이 지난 가운데 여러 부작용과 예산 과다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는 길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가져오면 무게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연중 운영한다고 밝혔다.


보상금은 수거된 꽁초 무게가 월 최소 500g 이상이면 1g당 20원씩 최소 1만원이 지급된다. 국산 담배 한 개비의 무게가 약 0.9g으로 꽁초 길이가 담배의 3분의 1정도라고 보면 1600개 이상 주워와야 1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단, 측정 시 이물질은 무게에서 빼고, 젖은 꽁초는 받지 않는다.

만 20세 이상 용산구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가지고 구청 또는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참여 신청만 하면 된다.

이처럼 담배꽁초를 모아오면 현금 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 보상금을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는 2021년 8월 광주 광산구에서 지역 최초로 시행해 서울 도봉구·강북구 등 다른 지자체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사업 시행 취지는 크게 2가지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꽁초를 모아 간접적인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반인들도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쓰레기를 수거해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현재까지 시행중인 곳은 서울 도봉구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구·광주 광산구는 지난해까지 제도를 시행했지만 올해부터 시행하지 않고 있다.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사업 포기 원인으로 각종 부작용과 예산 비대화, 폐기물 처리문제 등을 지목했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시행 8개월 만에 사업이 중단됐다. 시민들의 높은 참여덕에 많은 양의 꽁초가 수거되면서 순식간에 예산 1270만원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이 기간 수거된 총 담배꽁초는 649.9㎏, 이를 환산하면 10만8324갑에 달한다.

이처럼 참여율이 높다면 성공적인 사업으로 볼 수 있겠으나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우선 담배꽁초 수거 경쟁이 너무 과열된 것이다. 보상금 예산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모은 꽁초를 늦게 갖다줄수록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빠르게 꽁초를 모으기 위해 흡연장·노래방 등에서 꽁초를 받아와 제출하는 것이다. 도시 미화라는 취지와 달리 수거량이 폭증해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사업 목적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업 참여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교육시키지만 지자체에서 성분 검사를 할 수 없는 이상 갖다 주는 꽁초는 모두 받는 수밖에 없어 이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보상금 예산이 과하게 책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꽁초를 가져오는 만큼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 많은 양이 들어오면서 예산안을 넘어서는 경우마저 발생해 올해부터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인 담배꽁초를 처리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광산구는 사업 구상 단계에서 수집한 담배꽁초를 재활용 업체를 통해 순환자원으로 활용하려 했다. 담배꽁초는 플라스틱 필터가 들어있어 환경오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악취와 오염, 발암물질 포함 등의 이유로 일반 플라스틱 제품처럼 실질적인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환경부 용역 등에서 도출된 꽁초 재활용 방식인 골프채 보호대 제작, 벽돌이나 플라스틱 가구 재활용 방안 등을 모색했지만 지역 내에 관련 업체가 전무해 수거된 꽁초는 일괄 폐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현재 사업을 시행중인 도봉구도 마찬가지다. 도봉구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시행한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주민 101명이 참여해 꽁초 2035㎏을 모았지만 역시 재활용할 방도가 없어 모두 자체 폐기했다고 전했다.

이날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시행하는 용산구 관계자는 "앞서 다른 지자체에서 시행한 내용과 부작용 모두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우선 시민들의 참여율이 얼마나 되는지 성과를 확인한 후 정책을 수정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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