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은 비자·비용문제로 참석도 못해
기후재앙 속에서 특수를 누리는 화석연료 관련 업계에 대해 '횡재세' 부과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스트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글로벌 위트니스, 코퍼레이트 어카운터빌리티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 셸, 셰브론, BP 등 최상위권 오염 유발기업들이 보낸 로비스트 636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과 직접 관련이 있거나, 화석연료 기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NGO들은 설명했다.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과 비교했을 때(503명) 25%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10개국 대표단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해당 10개국은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필리핀, 모잠비크, 바하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네팔이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로비스트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로비스트들의 수가 피해국들의 대표단 인원 수를 압도해버리면서 정작 피해국들의 목소리가 묵살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착 원주민 활동가들, 저소득 국가의 운동가들은 비자 문제나 여행 비용 문제 등으로 아예 총회에 참석할 기회조차 박탈되는 경우도 많다.
코퍼레이트 어카운터빌리티의 필립 잭포어는 "이번 총회는 '아프리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라고 불릴 정도지만, 화석연료 기업 관계자가 어떤 아프리카 국가 대표단보다도 많은 상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끔찍한 기후 영향에 대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NGO들은 이번 총회의 주요 회의에 화석연료 기업 관계자의 접근을 제한해 달라고 유엔에 요구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값이 치솟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해수면 상승으로 고전 중인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지난 7일 화석연료 관련 기업으로부터 횡재세를 걷어 기후변화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재원으로 쓰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른 소규모 도서 국가들도 모틀리 총리의 주장에 동조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그들이 이익을 챙기는 동안 지구는 불타고 있다"며 "그 기업들의 이익은 손실과 피해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는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카우사 나타노 총리는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를 중단시키는 내용의 '화석 연료 비확산 조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로비스트 명단을 공개한 NGO들의 대변인실 측은 "담배 로비스트들은 보건 총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평화조약에서 무기상들이 거래를 추진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기후 총회에서는 전세계의 화석연료 중독을 지속하려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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