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뱃속에 44㎏…미세플라스틱 하루 1천만개 '꿀꺽'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3 1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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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새우 섭취할수록 체내 비율 높아
"플라스틱오염 결국 인체로 돌아올 것"
▲2009년 멕시코 엔세나다 해변에서 발견된 대왕고래 사체(사진=연합뉴스)

지구상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가 하루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1000만 조각으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샤이럴 카헤인-라포트(Shirel Kahane-Rapport)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혹등고래가 매일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몬터레이 만, 채널제도와 패널론스 및 코델 뱅크 국립 해양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고래 191마리의 등에 위성 송신기가 달린 맞춤형 동물 추적 솔루션(CATS) 태그를 부착해 그들의 먹이 활동을 추적했다. 조사된 데이터와 고래들이 서식하는 태평양 캘리포니아 해류의 미세플라스틱 데이터를 결합해 고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대왕고래가 하루에 약 1000만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게로 치면 43.5㎏에 이르는 양으로, 1년이면 약 10억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릴을 주로 먹는 긴수염고래 또한 하루에 약 540만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심과 고래 체내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는 비율의 상관관계 그래프(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캡쳐)

연구팀에 따르면 고래들은 주로 수심 50m~250m에서 먹이를 먹는데, 이는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수심과 일치했다. 이를 통해 고래 몸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의 99%가 먹이 섭취로 인해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릴새우를 주식으로 삼는 고래일수록 체내 미세플라스틱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혹등고래의 경우 청어나 멸치를 먹는 개체는 미세플라스틱을 약 20만 조각 섭취하는 반면, 크릴새우를 주로 먹는 개체는 100만 조각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한다.

카헤인-라포트 박사는 "고래가 먹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한다는 사실은 인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크릴새우는 먹이 사슬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있으며, 인간은 크릴새우를 먹는 멸치와 정어리 등 생선을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크릴새우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소화되는 과정에서 나노플라스틱(1㎛ 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될 수 있어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고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실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 실험실 동물, 해양야생동물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프탈레이트 등 유해한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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