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육지 병원체를 해양으로 옮길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캐런 샤피로(Karen Shapiro) 교수팀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게재한 보고서에서 육지 병원체가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해양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는 인간과 야생 생물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매년 수백만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양으로 유입돼 잘게 쪼개져 크기가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와 조개와 같은 무척추동물들이 섭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해양거북, 벨루가, 물개 등 거대 동물들 뿐만 아니라 외진 남극 지역에 서식하는 젠투펭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 더이상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제시했다. 팀은 캐나다 온타리오 호에 서식하는 새끼 피라미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이후 기형인 형태를 많이 띄었다고 설명했다. 또 먹이사슬의 하단에 위치하는 해양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이 물고기를 또 포식자가 섭취해 결국 사람에 이르게 된다는 실증적인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세플라스틱들이 해양으로 유입되고 이에 육지 병원체가 달라붙어 해양 생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해양표유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원체들인 '톡소플라스마 곤디이'(Toxoplasma gondii)와 기생충의 하나인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 '편모충'(Giardia) 3가지를 실험에 사용했다.
미세플라스틱은 2가지 종류로 나눠 알갱이 형태의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과 실 형태의 폴리에스터 미세섬유로 구성했다. 그 결과 3종류의 육지 병원체는 알갱이 형태의 미세플라스틱과 미세섬유에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알갱이 형태보다는 미세섬유에 더 잘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은 다양한 방식으로 병원체가 해양 생물에 도달하는 것을 쉽게 만든다"며 "이는 플라스틱이 바다 위에 뜨는지 아니면 바닷속에 가라앉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물에 뜨는 미세플라스틱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병원체를 퍼뜨릴 수 있으며 가라앉는 플라스틱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개류 등이 서식하는 해저 생태계의 병원체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샤피로 교수는 "조개와 같은 무척추동물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다"며 "사람의 편리를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치명적인 기생충을 옮길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 해양 먹이사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토론토 대학교 첼시 로흐만(Chelsea Rochman) 교수는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줄일 방법은 여러가지"라며 "미세섬유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세탁기·건조기 필터, 빗물 처리시설, 산업·공사 현장의 미세플라스틱 배출 방지 관리 등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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