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해양 생물에 '육지 질병' 감염시킨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8 16:20:25
  • -
  • +
  • 인쇄
육지 병원체, 미세플라스틱 타고 바다 오염 가능
▲미세플라스틱 알갱이에 달라붙은 병원체 톡소플라스마 곤디이 (사진=nature)

미세플라스틱이 육지 병원체를 해양으로 옮길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캐런 샤피로(Karen Shapiro) 교수팀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게재한 보고서에서 육지 병원체가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해양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는 인간과 야생 생물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매년 수백만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양으로 유입돼 잘게 쪼개져 크기가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와 조개와 같은 무척추동물들이 섭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해양거북, 벨루가, 물개 등 거대 동물들 뿐만 아니라 외진 남극 지역에 서식하는 젠투펭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 더이상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제시했다. 팀은 캐나다 온타리오 호에 서식하는 새끼 피라미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이후 기형인 형태를 많이 띄었다고 설명했다. 또 먹이사슬의 하단에 위치하는 해양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이 물고기를 또 포식자가 섭취해 결국 사람에 이르게 된다는 실증적인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세플라스틱들이 해양으로 유입되고 이에 육지 병원체가 달라붙어 해양 생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해양표유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원체들인 '톡소플라스마 곤디이'(Toxoplasma gondii)와 기생충의 하나인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 '편모충'(Giardia) 3가지를 실험에 사용했다. 

미세플라스틱은 2가지 종류로 나눠 알갱이 형태의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과 실 형태의 폴리에스터 미세섬유로 구성했다. 그 결과 3종류의 육지 병원체는 알갱이 형태의 미세플라스틱과 미세섬유에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알갱이 형태보다는 미세섬유에 더 잘 달라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은 다양한 방식으로 병원체가 해양 생물에 도달하는 것을 쉽게 만든다"며 "이는 플라스틱이 바다 위에 뜨는지 아니면 바닷속에 가라앉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물에 뜨는 미세플라스틱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병원체를 퍼뜨릴 수 있으며 가라앉는 플라스틱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개류 등이 서식하는 해저 생태계의 병원체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샤피로 교수는 "조개와 같은 무척추동물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다"며 "사람의 편리를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치명적인 기생충을 옮길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 해양 먹이사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토론토 대학교 첼시 로흐만(Chelsea Rochman) 교수는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줄일 방법은 여러가지"라며 "미세섬유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세탁기·건조기 필터, 빗물 처리시설, 산업·공사 현장의 미세플라스틱 배출 방지 관리 등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