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몸집 작아지는 꿀벌들...생태계 전반에 '치명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1 15:29:28
  • -
  • +
  • 인쇄
기온상승에 몸집과 먹이 줄이는 꿀벌들
먹이·이동범위 줄면서 꽃가루 매개 급감


기후위기로 꿀벌 개체들의 몸집이 왜소해지고 있고, 이는 꽃들의 수분을 저해해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인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가브리엘라 파르디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지난 8년간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의 아고산대 지역에서 158종류의 꿀벌 2만여마리를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라 '몸집'과 '먹이' 등 꿀벌 집단의 행동양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고,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몸집이 크고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섭취하는 꿀벌보다 작고 적은 종류의 먹이를 섭취하는 꿀벌의 개체수가 더 늘어났다. 또 나무 구멍에 둥지를 짓는 꿀벌보다 직사광선을 피해 땅속에 집을 짓는 땅벌류가 생존률이 더 높았다.

특히 몸집이 상대적으로 큰 호박벌의 경우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호박벌은 생태계에서 가장 주요한 꽃가루 매개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온 상승에 대한 내성이 약한 호박벌들은 기온이 낮은 더 높은 고도로 서식지를 옮겨갔다.

문제는 단순히 꿀벌 집단에서 그치지 않는다. 몸집이 크고 많은 종류의 먹이를 찾는 꿀벌일수록, 더 먼 거리와 더 많은 종류의 꽃을 오가며 활발한 꽃가루 매개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꿀벌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식물들도 번성하지 못하게 되고, 식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도 먹이활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태계 전반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과도 무관하지 않다. 식물들의 수분은 충매화(蟲媒花)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유엔(UN)에 따르면 코코아, 커피, 아몬드, 체리 등을 포함해 전세계 수확량이 가장 높은 식물종 115개 가운데 75%가 동물 매개 수분에 의존한다. 꿀벌 개체수 감소는 곧 식량안보와 경제위기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진행됐던 아고산대 지역은 봄철 기온 상승폭이 높고, 눈이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기후변화에 특별히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들의 행동양상의 변화를 앞당겨 볼 수 있었지만, 조만간 이같은 현상이 전세계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미 전세계 곤충종의 절반가량이 개체수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이면 전체 곤충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꿀벌 개체수 감소 원인을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살충제 사용으로 꼽으며, 꿀벌들의 서식지를 복구시켜주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의 주요 저자 파르디 연구원은 "해당 지역의 자생식물 가운데 기온상승과 가뭄에 강한 종들을 심어 식량과 둥지로 쓸 자원을 마련해주고, 꿀벌들이 원한다면 더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서식지를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꿀벌의 생물다양성이 지켜지고, 지구 기온이 상승하더라도 계속해서 화분 매개자로서 꿀벌의 역할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