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꿀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곤충 종들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토지남용이 곤충의 개체수를 49%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기온상승과 토지개발이 곤충을 손실시키고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전세계에 걸쳐 6000여개의 토지이용 현황과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1만8000종의 개체수 추이를 분석했다. 그리고 지역농업의 집약도와 지역별 기후변화 추이에 따른 최근 20년간의 지역별 곤충 생물다양성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현대적 집약농업과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심각하게 파괴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자연서식지보다 곤충의 수가 49%, 다른 생물종의 수가 29% 더 적었다. 특히 열대지역에서 토지이용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곤충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나마 서식지가 파괴된 지역의 인근에 자연서식지가 있을 경우 생물다양성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토지의 75%가 자연서식지로 덮인 곳은 곤충 개체수가 7%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자연서식지 면적이 25%인 지역은 개체수가 63% 감소한 것이다. 많은 곤충들이 더운 날 그늘을 찾아 식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연서식지가 손실될수록 기온상승에 더욱 취약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의 영향으로 인한 곤충 감소 및 생물다양성 손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고, 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오염 등 다른 동인까지 고려할 경우 그 피해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의 수석저자 찰리 아웃화이트(Charlie Outhwaite) UCL 생물다양성환경연구센터 생물과학박사는 "지역생태계에 중요한 곤충이 줄면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수분 매개체의 손실로 인간의 건강과 식량안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악화되고 농업지역이 확장되면서 많은 곤충들이 인간의 압력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서식지를 보존하고, 고강도 집약농업의 확장을 늦추고,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를 완화할 조치가 시급함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선임저자 팀 뉴볼드(Tim Newbold) UCL 박사는 "농경지의 곤충 수분자는 야생지 대비 70% 이상 적어 농업확장에 특히 취약하다"며 "인구의 식량수요가 증가할수록 집약농업의 환경적 피해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지 인근 자연서식지를 보존하는 등 농업지대를 세심하게 관리하면 곤충을 번성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피터 맥캔(Peter McCann) 공동 제1저자는 "많은 종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곤충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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