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균주의'로 평등사상을 강조한 조소앙 선생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2-01-08 08:01:02
  • -
  • +
  • 인쇄
[독립운동가 이야기] '대한독립선언서' 작성·배포
그의 사상과 행보는 모두 대종교와 맞닿아 있어
조소앙 선생은 1887년 4월 8일 경기 교하군(현 파주) 월롱면에서 아버지 정규와 어머니 박필양 사이에서 6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본관은 함안이며, 본명은 용은이고 소앙은 그의 아호이나 널린 알려진대로 소앙으로 기재하도록 한다.

▲ 조소앙 선생
사상가이자 독립투쟁가로서, 조소앙 선생의 자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 삼균주의‧육성교‧대동종교 등 그가 추구하고 개척한 가치는 큰 업적으로 남아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명 제정이나 민주공화국의 기초 확립에도 조소앙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그의 '삼균주의'는 우리 고유의 사상적 기반을 통해 정치의 균권(均權), 경제의 균산(均産), 교육의 균학(均學)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치·경제·교육의 평등을 기반으로 개인·민족·국가의 평등을 강조한 사상이다. 삼균주의는 우리 민족의 특수성을 통한 세계적 보편성을 지향한 사상으로, 그가 꿈꾸던 이상세계이자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의 업적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받은 독립투쟁가로서 요약될 수 있지만, 선생이 대종교인으로 지내온 역사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기에 기술해 보고자 한다. 선생이 대종교의 교인으로 기록된 1차 자료는 안타깝게도 남아있지 않다. 일제강점기 대종교 교인들의 입교기록과 관련된 교단 내의 문서가 대부분 소실됐기 때문이다.

이는 일제의 대종교에 대한 철저한 감시‧통제와 무관치 않다. 대종교가 중광된 1909년부터 일제통감부 경시청의 감시를 시작으로 해서, 1942년 임오교변(壬午敎變: 대종교 간부 일제 구속 사건)에 의해 모든 서류와 서책이 압수되기까지, 대종교단 내 문서의 체계적 관리·보관이 불가능했던 정황과 직결된다.

당시 대종교 총본사가 소장하고 있던 신간서적 2만여권 및 구존 서적 3000여권, 그리고 천진(天眞, 대종교에서 모시는 단군영정)과 인신(印信), 각종 도서 전부와 각지의 대종교지도자들이 체포될 당시에 발견된 서물(書物) 600여종 등이 일제에 의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소앙 선생의 대종교 입적상황도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임시정부와 한국독립당의 핵심 사상인 삼균주의(三均主義)가 대종교의 사상에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선생과 대종교가 일접한 관련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호산 박명진의 '대종교 독립운동사'에 의하면, 조소앙 선생은 서일이 이끌던 대종교 동일도본사의 핵심 교인으로 기재돼 있음도 이를 방증한다.

조소앙 선생은 스스로 대종교의 교인이라고 공언한 일은 없었으나 선생이 1913년 상해로 망명하게 된 것도 대종교의 핵심 간부였던 예관 신규식에 의한 것이었고, 중국에서나 만주에서나 대종교도들과 어울리고 함께 행동했음은 사료로 남아있다. 선생은 대종교와 관련된 자취를 살펴보면 1914년 '육성일체(六聖一體)‧만법귀일(萬法歸一)‧금식명상(禁食冥想)'의 새로운 민족종교인 육성교(조소앙은 육성교에서 단군을 제1로 내세웠다)를 구상했다.

또 1916년에는 만주와 노령 등지를 찾아다니면서 대종교인 이상설‧이동녕‧박찬익 등과 교유했으며, 1917년에는 대종교의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동단결선언서'를 작성해 반포했다. 이어 1918년 만주로 들어가 대종교 관련 독립운동가들과 접촉하면서 최초의 독립선언서인 '대한독립선언서'를 작성 및 배포함으로써 대종교적 사상에 대한 밀접함을 엿볼 수 있다.

1922년에는 '발해경'(渤海經)의 집필과 함께 '독립신문'에 '3‧1독립신고'를 발표하기도 한다. 사상적으로나 인맥적으로 모두 대종교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이 대종교도와 많이 접촉하고 큰 감명을 받은 것은 역시 1918년에 만주로 가서 대종교도인 윤세복‧윤기섭‧이시영‧여준‧김좌진‧황상규‧박찬익 등을 만나 '대한독립선언서'를 기초했을 때다. 이때 서명자 39인 중 대다수가 대종교도였고 그들의 주장을 반영한 동선언문에는 대종교 정신을 담은 내용들이 대거 반영됐다. 후일 선생이 '삼균주의'의 이념적 근거를 단군의 '홍익인간'과 신지비사의 '수비균평위 흥방보태평'에 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소앙 선생의 '당의원문도해급 삼균주의도해' 친필본(좌)과 '대한독립선언서' 친필본(우)

'삼균주의'는 조소앙 사상의 핵심이다. 이는 독립운동의 기본방략 및 미래 조국건설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체계화한 민족주의적 정치사상이다. 삼균주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의 기초이론이자 한국독립당의 지도이념이로도 채택됐다. 삼균주의의 이론적 근거는 단군의 '홍익인간'과 '신지비사'로, 대종교적 정치관과 밀접하다. 삼균주의나 종교적 구상인 육성교 그리고 일신교령(一神敎令)이라는 경문 등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대종교의 교리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밝혔듯이 조소앙이 기초하고 대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발표한 '대한독립선언서'에 대종교적 사상 요소가 가득 담겨있다는 것도 또한 무관치 않다.

'대한독립선언서'에 들어있는 민족평등‧평균천하‧동권동부(同權同富)‧제남녀빈부(齊男女貧富)‧등현등수지우노유균(等賢等壽知愚老幼均)‧인류의 평등실시 등의 평등주의적 표현이 그것이다. 삼균주의의 이념적 근거가 자연스레 단군의 '홍익인간'과 '신지비사'의 '수비균평위 흥방보태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대종교의 교리·교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대한민국건국강령'과 '한국독립당당의해석'에 실린 다음의 내용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국정신은 삼균제도의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선민이 命명한 바 수미균평위하면 여방보태평하리라 하였다. 이는 사회 각층 각계급의 지력과 권력과 부력의 향유를 균평하게 하며 국가를 진흥하며 태평을 보유하리라 함이니 홍익인간과 이화세계하자는 우리 민족이 지킬 바 최고공리…"

"당의의 중심사상은 평등이다. 우리 선철은 말하였으되 '수미균평위하여 흥방보태평함이 홍익인간하고 이화세계하는 최고공리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머리와 꼬리(上下라고도 할 수 있다)의 위치를 고르게 함으로써 나라를 흥왕케 하며 태평을 보전함이 널리 인간을 유익케 하며 세계를 진리로써 화하는 가장 높은 공리라 함이다. …(중략)… 물이 평함을 부득하면 반드시 명하며 명하여도 평할 길이 없으면 필경 난에 이르게 되고 수미의 위가 평균하면 인간을 홍익할 뿐만이 아니라 세계까지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과를 불환하고 불균을 환할지니 이는 동서고금에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신지비사'를 전하는 '신지'라는 인물은 대종교 경전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이다. 대종교의 '신사기'를 보면 삼백 육십 육사를 주관해 다스리는 삼선사령(三僊四靈) 중,사관(史官)의 과업을 맡고 있는 인물이 신지다. 

"신지야! 너는 사관[史]이 되어서, 문서[書契]를 맡으라. 맡은 뜻을 드러내고 글은 일을 기록함이니, 백성을 옳음으로써 가르쳐서, 하여금 좇을 바를 알게 함이 오직 너의 공적이니라. 힘쓸지어다."
-신사기 중 

근대에 들어와 '신지비사'를 처음으로 언급한 인물도 대종교 대종사 홍암 나철이었다. 나철은 1914년 '제고령사제문'과 1916년 순교(殉敎) 당시 유시(遺詩)로 남긴 '중광가'(重光歌) 41장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삼균주의의 역사적 근거가 되는 신지비사 내용 또한 대종교의 영향이 컸음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조소앙이 삼균주의를 통해 이르고자 했던 최고(最高)의 공리가 홍익인간·이화세계라는 것도, 곧 대종교가 독립운동의 궁극적 목적에 있어, 조국의 광복을 넘어 배달국 이상향을 지상에 건설하려는 사상적 배경과 일치된다.

▲ 조소앙 선생이 집필한 '유방집 황개민서'

특히 나철이 남긴 '중광가'에서는 홍익인간과 '신지비사'를 동시에 언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천악신기보아라 종인도 홍익홍제
흑계적계 운운과 보화통방 뉘알고
신공비사 풀어라 칭추극기한 천하
백아강 균등위에 만방세세 보태평"

인용문의 전반부는 '천악신기'의 내용을 언급한 것이고, 후반부는 '신공비사'의 기록을 말한 것이다. 물론 '홍익홍제'는 '홍익인간'과 통하는 가치이며 '신공비사'는 '신지비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철의 '중광가'는 '홍익인간'과 '신지비사'를 한 자리에서 언급한 최초의 자료이다.

선생은 단군의 건국을 실재했던 사실로 생각했으며, 단군시대에 이미 영토・주권・어문・경제와 민족정기를 갖춘 독자적 민족으로 출발했다고 생각했다. 육성교나 대동종교라는 이름하에 인류를 정신적으로 통합할 종교를 구상해 단군을 가장 중요한 지위에 배치했다. 해방 후 환국해서도 단군성적호유회(檀君聖蹟護維會)를 결성(1949)해 단군의 유적을 보존하는 운동에 나서기도 했었다. 이 모두 대종교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삼균주의의 역사적 기초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독립투쟁사 혹은 민족혁명사를 요약하고, 그 전통 위에 삼균주의 혁명의 역사적 요청을 입증해 삼균주의를 혁명이념으로 채택한 한국독립당이나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일에 있었고 그 이론의 바탕에는 이처럼 대종교라는 정신적 배경을 통한 독립투쟁의 당위성 획득과 함께 독립투쟁지도자들의 일체단결을 위한 사상체계가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한평생 독립투쟁에 헌신한 조소앙 선생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1989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총재 김구 선생, 부총재 조소앙 선생

이번 칼럼에 실린 사진은 조소앙선생의 손자인 조인래(조소앙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선생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면을 빌려 사의를 표합니다.


 
  글/ 민인홍
   법무법인 세종 송무지원실 과장  
    대종교 총본사 전리, 청년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종로구협의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2035년 NDC 61.2% 정해야...산업 경쟁력 강화할 기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1.2%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5일 국회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성명을 통해 "20

환경부 '낙동강 녹조' 독성조사 착수...공기중 조류독소도 조사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함께 낙동강 녹조 조사에 착수한다.환경부는 15일 오후부터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녹조 심화지역에 대한 조류

국립공원 개구리 산란시기 18일 빨라졌다...기후변화 뚜렷한 징후

국내 서식하는 개구리들이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확인됐다.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무인도서에서 장기간 생

호주 시드니 3°C 오르면..."온열질환 사망자 450% 급증할 것"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 호주 시드니에서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5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기후청과 기후변화

美 온실가스 배출량 '깜깜이 국가' 되나...기업 의무보고 없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자료였던 배출 데이터가 사라질 경

단비에 강릉 저수율 16.3%로 상승...아직 '가뭄의 끝' 아니다

이틀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15일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