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CJ, 농심 등 상위 10개사 쓰레기가 23.9%
음료수와 라면과 과자봉지, 식료품 포장 등 '식품 포장재'가 국내 가정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78%가량을 차지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7일 발간한 '2021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정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8개가 '식품포장재'였다. 시민참여형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841가구(총 2671명)를 대상으로 1주일간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조사와 제품군, 재질, 수량 등에 대한 실태를 기록한 것이다.
조사 결과 1주일 간 841가구에서 발생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총 7만7288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식품 포장재로 쓰인 일회용 플라스틱이 6만331개로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배출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마스크를 포함한 개인위생용품이 1만1320개(14.6%)였다. 에어캡 등 택배 포장을 포함한 일반 포장재는 3179개(4.1%)로 그 뒤를 이었다. 결론적으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10개 가운데 8개가 식품 포장재였던 것이다.
쓰레기로 배출된 식품 포장재를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음료 및 유제품류'가 전체의 32.5%(2만5126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과자·간식류'가 12.9%(9977개), '배달용기'가 7.7%(5985개)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음료 및 유제품류와 과자·간식류, 가정간편식류 등 3가지를 합친 비중이 식품 포장재 쓰레기의 53%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이는 국내 식품제조사들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식품제조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 식품제조사는 총 4075개였다. 그런데 배출량 상위 10개 제조사가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7만7288개 가운데 1만8502개를 발생시켰다. 전체의 약 0.25% 비중에 불과한 상위 10곳이 전체 쓰레기의 23.9%를 차지한 것이다. 상위 10개사는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제과, 코카콜라, 풀무원, 오뚜기, 동원F&B, 삼다수를 생산 및 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매일유업 등 굵직한 식품 대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 농심은 각각 2000개가 넘는 포장재를 배출했다.
집콕조사에 참여한 시민 김은정씨는 "아무리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플라스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조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며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의 제품 생산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염정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최악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거대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하고, 과감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책임에 걸맞은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한 기업은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요 기업들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책임경영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의 투명한 공개 △기업별 감축계획 및 이행현황 공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 등을 촉구했다.
한편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인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6700만톤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30~2035년에는 2015년의 2배, 2050년에는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플라스틱 감축 약속을 모두 지킨다고 해도, 연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의 양은 고작 7%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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