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 저품질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물꼬'...태국의 사회적 기업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2 08:05:02
  • -
  • +
  • 인쇄
[아름다운가게 亞 뷰티풀펠로우]
제로웨이스트욜로 케이트 한나롱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태국의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제로웨이스트욜로'의 케이트 대표 (사진=아름다운가게)

"깨끗한 공기가 부유층의 특권이 되어선 안됩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태국 '제로웨이스트욜로(Zero Waste Yolo)'의 케이트 한나롱(Kate Hannalong) 대표는 "모든 사람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라는 현실에 맞서 분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저품질 플라스틱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혁신가로 주목받으며, 아름다운가게의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4기로 선정된 제로웨이스트욜로의 한나롱을 뉴스트리가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태국 첫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

HR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던 한나롱 대표는 4년간 NGO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을 접했다. 전환점은 첫 딸이 외출만 하면 코피를 흘리면서부터다. 원인은 심각한 대기오염이었다.

한나롱 대표가 거주하는 태국 방콕의 외곽, 농카엠(Nong Khaem)구에는 하루 수백톤의 폐기물이 실려온다. 발전소 연료용이다. 그런데 연료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된 폐기물까지 들어온다. 발전소 연료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거리에 방치되거나 바다로 흘러들러간다.

태국에서는 연간 약 276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는 1인당 약 74kg으로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30%는 수거조차 되지 않는다. 수거되는 폐기물도 절반가량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결국 제대로 재활용되는 양은 50만톤에 불과하다. 소각·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미세먼지, 메탄가스가 태국의 물과 토양,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나롱 대표는 "당시 미세먼지 수치가 너무 높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회상하며 "이대로라면 깨끗한 환경은 부자들만의 특권이 될텐데,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상의 끝에, 2018년 부부가 함께 '제로웨이스트욜로'를 설립했다. 당시 태국에는 분리수거 제도조차 없었고, 대부분의 폐기물은 매립되는 실정이었다.

태국은 사회적기업 설립 절차도 까다롭다. 일반 법인으로 1년 이상 운영 후, 정부에 재무제표를 제출해야만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욜로 역시 2018년 창립 후 5년간 경영하다, 2023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제로웨이스트욜로의 재활용 기계 (사진=제로웨이스트욜로)

◇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식개선에 앞장"

제로웨이스트욜로는 저품질 플라스틱에 집중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처럼 고품질 플라스틱은 태국 내에서도 이미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색이 있는 플라스틱이나 병뚜껑, 혼합 소재 포장재 등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들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한나롱 대표는 "이 영역을 아무도 다루지 않아 우리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욜로의 핵심 활동은 세 가지다. △저품질 플라스틱의 재활용 방법을 기업과 지역사회에 컨설팅하고 △자체 개발한 재활용 기계를 판매·설치해 현지 자립형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며 △ 직접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재활용 기계는 지난 5년간 70대를 팔았다.

이 회사는 방콕 전역에서 60개가 넘는 거점을 마련해놓고 폐플라스틱을 수거한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은 자원회수센터(Material Recycle Center, MRC)에서 분류·처리한다. 자원회수센터(MRC)에서 폐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작업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년 여성들이 담당한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나롱 대표는 폐기물을 수거하고 분류작업을 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폐기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뀌도록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국 전역에서 '폐기물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의 노력은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욜로를 따라 업사이클링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익성은 없다"며 웃는 한나롱 대표는 "저품질 플라스틱은 시장성이 낮아 수익화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고정비가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진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투자유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나롱 대표의 목표는 앞으로 12년 안에 제로웨이스트욜로를 태국의 대표 재활용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오는 2027년부터 제조사의 폐기물 회수 의무를 강화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시행될 예정이다.

한나롱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재활용 기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내 일'로 느끼게 만드는 촉매가 되고 싶다"고 했다. 법의 강제력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인식변화라고 말하는 그는 "법이 시행되기전,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