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느슨하게 운영되는 배출권거래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새 정부가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선'을 꼽았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거두려면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제도부터 실효성을 높이는게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우리는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그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는 2015년에 도입됐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할당한다. 그러면 기업들은 할당량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대해 감축기술을 통해 줄이거나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가격은 톤당 1만원 수준으로 저렴해서 기업들 입장에선 탄소감축을 노력하는 것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60~80유로(약 9만6000원~12만50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권 활동가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1만원에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한데 비싼 비용을 들여서 탄소감축 시설을 갖추겠느냐"면서 "외식하는 비용이 싸면 집에서 요리할 이유를 못느끼는 것처럼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업들이 내부 감축을 위해 투자할 이유를 못찾고 있다"고 했다.
현재 거래되는 '배출권 1만원'은 정부가 예상했던 거래가격보다 한참 밑돌고 있다. 정부는 2023년 4월 발표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탄소가격이 톤당 6만1400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되려면 현재보다 무려 6배가 인상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인상요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권 활동가는 "정부의 2030년 예상가도 IMF가 예상하는 2030년 탄소가격 10만원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국제시장과의 온도차도 짚었다.
권 활동가는 "기관마다 적정가격을 추산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정부가 예상하는 6만원과 IMF가 예상하는 10만원 사이에서 현실적 수준을 정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기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한다면 기업들도 비용이 부담스러워 자체적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가 낮게 설정한 배출권을 높이면 배출권 관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제시해야 한다"면서 "RE100반도체특별법 등 법을 마련해서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지정한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의 73%를 차지한다"면서 "전환·산업 부문만 잘 관리해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수송이나 건물 부문처럼 모니터링이 어려운 영역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EU처럼 우리도 웬만한 제도는 다 갖추고 있다"면서 "기어를 넣었으니 엑셀을 밟고 운전만 하면 되는데 정부가 그걸 안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목표를 아직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를 보면서 그는 "2035년까지 67%는 감축해야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지금은 획기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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