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에 22일 참여했다.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은 203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용량을 2022년 250기가와트(GW)보다 6배 늘어난 1500GW 규모로 확충하고, 신규 송배전선이나 기존 송배전선의 교체를 통해 전력망을 2040년까지 8000만km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지난해 COP28에서 123개국이 서명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을 이어받아 추진동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 이행의 진정한 어려움은 설비용량을 늘리는 일보다 갖춰진 설비용량을 전력망에 접속시키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기업 연합인 유틸리티포넷제로얼라이언스(UNEZA)는 회원사를 2배로 늘리고, 5개 대륙에서 활동하는 회원사를 확보하는 한편 그리드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에 대한 연간 투자를 늘려 COP29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같은날 출범한 이번 서약에 바로 참여하지 않으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우리 정부도 폐막 하루전에나마 동참함에 따라 침체를 겪던 국내 ESS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제공되던 REC가중치 우대, 충전요금 할인, 설치비 지원 등의 지원책이 2020년부터 일몰되면서 ESS의 신규 설치량은 2018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2년에 15분의 1 규모로 축소됐으며, 누적 보급량은 4.1GW 정도에 그친 상황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6년까지 26GW 장주기·대용량 중심의 ESS 필요 전망을 제시했고, 'ESS발전전략'에서는 2025년부터 연간 최소 0.6GW의 ESS 용량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목표만 있을 뿐 이를 이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분석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의 비용편익은 0.05 수준으로 경제성이 부족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번에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ESS 용량을 6배를 늘리기로 공약한 만큼 2030년까지 현재 4.1GW에서 약 25GW 규모로 ESS가 확대되기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날 우리 정부의 서약 참여를 두고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한가희 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 확대가 필수이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서약에 동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서약을 바탕으로 ESS 확대 로드맵 및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의 ESS 설치 의무화 및 보조금 지급, 보상제도 개편 등 정책 추진을 통해 목표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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