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조달방법, 공여국범위 두고 이견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합의문 초안에 금액이 적혀있지 않은 상태다.
21일(현지시간)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는 "2025∼2030년까지 미화로 매년 최소 [X]조달러 규모의 기후재정 목표를 수립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당초 이번 COP29가 목표로 하던 '1조달러'가 합의문 초안에 실려 있어야 하지만 빈공간으로 남겨둔 것이다. 폐막까지 이 공란에 숫자가 적히지 않으면 COP29는 결국 아무 소득없이 막을 내리게 된다.
COP의장단에 의해 소집된 고위급 '기후재원에 대한 독립적인 고위전문가 그룹'(IHLEG)은 지난 2022년 빈곤국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5년까지 연간 2조4000억달러(약 3362조6520억원)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빈곤국 자체 예산을 제외한 최소 1조달러(약 1378조6000억원)는 부유한 국가들의 해외원조에서 충당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목표를 세운 이번 COP29는 '금융COP'로 불릴 정도로 최소 1조달러의 기후재원을 마련하는 NCQG 합의가 핵심이었지만, 정작 COP29가 개막하기도 전부터 NCQG의 구체적 규모와 조달방법, 공여국 범위를 놓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은 이견을 보였다.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들의 공여 의무를 강조하며 공공재원으로 1조달러, 민간재원 등으로 추가 5조달러(약 6892조원)를 요구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구체적인 액수를 약속하는 것을 꺼렸다. 또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재원 목표를 마련하려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현재 기여 의무가 없는 부유한 국가를 기여국으로 전환하고, 재원에 민간투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책임자 모하메드 아도는 "초안에 구체적인 금액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는 돈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것은 빈 종이뿐"이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돌아와 "실패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경고하며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예정대로면 NCQG 금액이 적시된 최종 합의문은 22일 COP29 폐막 이후 공개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제때에 합의가 도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총회가 주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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