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위해 탄소흡수원 늘리기?..."실적에서 제외시켜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9 13:00:34
  • -
  • +
  • 인쇄
자연흡수량은 인정, 자연배출량은 무시
이중잣대로 2050 탄소중립 5~7년 지연


산림, 토양, 습지, 해양 등 자연이 흡수한 탄소배출량을 국가 탄소저감 실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도록 '탄소중립 활동' 인정 범위를 좁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의 마일스 앨런 교수 주도 연구팀은 각국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자연 탄소흡수원을 반영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15%~18% 부족해지고,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이 5~7년 지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유엔은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러시아 북방침엽수림 일부 지역 등 정부가 개입해 산림이나 토양의 생태학적 기능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탄소흡수량을 늘린 '관리된 토지'에 한해 탄소저감 실적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는 '탄소회계'에 있어 큰 맹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관리된 토지'라 한들 자연적인 탄소흡수원은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고 '관리되지 않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탄소회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화석연료 사용으로 늘어난 탄소배출량 증가폭은 0.6%에 그쳤지만,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대비 86% 증가해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껏 진행된 기후위기로 생태계에 가해진 압력에 더해 엘니뇨로 이상고온이 발생하면서 지난 2023년 한해 지구 전반에 걸쳐 자연적인 탄소흡수원이 일시적으로 붕괴한 탓으로 보고 있다.

나무, 습지, 토양 내 미생물, 플랑크톤, 산호 등 자연 탄소흡수원은 지난 60년간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56%를 흡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악화함에 따라 산불,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생태계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탄소흡수원에서 되레 탄소를 내뿜는 탄소배출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게다가 탄소배출원으로 뒤바뀐 곳들은 포함해 '관리되지 않은 토지'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전역에 걸쳐 발생했던 산불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연간 캐나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이중 잣대를 유지한 채 각국이 탄소흡수원 의존도를 늘려가며 NDC를 이행하고 있다는 '속임수'를 부릴 경우 탄소중립 목표는 요원해 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연구팀은 그간 누적된 탄소배출량을 없애기 위해 자연 탄소흡수원을 보강하는 일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상쇄책으로 쓰이기엔 신뢰할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있어 강화된 단서 조항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앨런 교수는 "추후 탄소중립을 이룬 뒤 지구온난화를 되돌리기 위해 자연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을 보장하는 데 쓰여서는 안된다"며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면 배출된 탄소를 다시 지하로 넣거나 영구적인 저장소에 보관하는 등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기후/환경

+

李대통령 "태양광보다 2배 비싼 해상풍력 왜 짓나?"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 현안을 점검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떠나 '경제성'과 '과학'에 근거한 접근방식을 요구했다.이 대통령은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불 연기 마시면 폐질환 '위험'...연기속 곰팡이 포자 때문

산불 연기에 섞인 곰팡이 포자가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아이다호대 산불과학자 레다 코브지어 박사 연구팀은 산불 연기

수위가 낮아지는 美 오대호...우후죽순 짓는 데이터센터가 원인?

미국 오대호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건립되면서 오대호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2019년 이후

정부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 추진...100~200원에 판매

정부가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

겨울에도 비 내리는 북극...기온은 '최고' 해빙은 '최저'

전세계 평균보다 4배 빠르게 오르는 북극은 올해도 최고기온을 경신했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제20회 북극 연례보고

국내 대기오염물질, 2016년 이후 '감소세'…초미세먼지 31% 줄었다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2016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17일 발표한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