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보'를 놓고 15년째 이어오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4일 금강 수계의 세종보와 백제보 그리고 금강 하굿둑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보 완전개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강부터 재자연화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4대강 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설치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려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4대강 정비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서 2012년까지 홍수와 가뭄에 대비할 목적으로 금강과 한강, 낙동강, 영산강에 22조원을 들여 16개의 보와 영주댐, 보현산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설치된 보는 홍수를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유속을 느리게 만들어 녹조현상을 일으켰다. 녹조로 인해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생태계는 파괴됐다. 보가 설치된 낙동강 유역은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만 되면 심각한 수준의 녹조가 발생해 '녹조 라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당국을 향해 끊임없이 '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목적과 달리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도 4대강 보에 대해서 똑같은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금강과 영산강, 낙동강 등에서 11개 보를 개방했다. 이후 물흐름이 개선돼 녹조가 95%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 보'를 둘러싼 논쟁은 재점화됐다. 윤석열 정부가 금강과 영산강 처리방안을 뒤집으면서 세종보를 닫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러자 환경단체들은 2018년 1월부터 완전개방된 세종보가 다시 닫히지 못하도록 '세종보 재가동 반대' 농성을 451일째 하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세종시 한두리대교 아래 농성장을 찾아 "세종보는 완전개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시민사회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처리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보와 공주보가 완전개방된 금강은 재자연화를 위한 좋은 여건을 갖췄다"며 "4대강 재자연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금강에서 이룬 성과를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성환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4대강 보 개방' 공약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대통령 공약을 수행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 개방으로 상당부분 자연화가 되어있는 금강을 둘러본 것이 아닌가 한다. 이에 '세종보 재가동 반대' 농성을 하고 있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팀장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김성환 장관의 세종보 완전 개방 유지 방침을 환영한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자연화 정책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어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까 하는 의구심을 여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세종보, 죽산보, 공주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를 상시개방하기로 결정해놓고 보 해체 사전조사와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결정한대로 신속하게 보를 해체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뒤집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도훈 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공약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이행이 잘 되지 않았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이제 정부는 의지가 아닌 행동을 보여줄 때"라며 "재자연화 방안을 제시하고 시기를 확정하는 등 구체적인 시행이 이뤄지기 전까지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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