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됐던 제초제 '디캄바(Dicamba)'가 다시 사용될 전망이다. 발암성과 기형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이 제초제가 유전자변형 작물(GMO)에 사용이 다시 허용될 경우, 미국산 대두 등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3일(현지시간) GMO 콩과 면화 경작에 주로 사용되는 제초제 '디캄바'를 비롯해 3가지 제초제 제품에 대한 사용허가를 마련해 여론수렴에 들어갔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미국 농가에서 이 제초제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16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디캄바는 기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잡초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혔지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지난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디캄바가 바람에 날려 주변 작물에 피해를 주는 '비산' 문제를 이유로 사용금지를 내렸다. 이에 지난해 일부 사용이 금지된데 이어, 올해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었지만 EPA는 "인체 위험이 없다"고 발표했다.
EPA는 성명에서 "해당 제품은 농작물 생산성과 식량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건강하고 저렴한 식량공급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EPA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 농업계는 환영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비영리 환경단체 생물다양성센터는 "이것이야말로 산업계 로비가 규제를 통제할 때 벌어지는 일"이라며 "디캄바의 위험성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캄바의 발암성에 대해서는 EPA 발표에서도 별도 언급이 없었다. 다만 그간 미국 내 역학 연구에서는 대장암, 폐암, 선천성기형 등의 발병과의 관련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승인 제안이 이같은 연구결과를 검토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디캄바 사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오래전부터 나온 바 있다. 농업과학기술원과 충북대학교 연구진은 이미 2000년 논문에서, 디캄바가 뿌려지면 바람을 타고 주변 작물까지 날아가 피해를 줄 수 있고, 사용이 잘못되면 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 제초제는 토양에 쉽게 스며들고 흘러가면서 다른 식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디캄바가 토양 미생물이나 잔디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긴 하지만, 사용 과정에서 주변에 피해를 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EPA의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미국산 대두와 면화를 수입하고 있고, 이 작물들 중 상당수가 GMO다. 디캄바가 잔류한 농산물이 수입될 경우에 대비해, 국내 식품안전 기준과 검사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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