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건 없고, 얻은 건 많다"…일본, 트럼프 관세협상서 '절묘한 승리'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4 10:47:39
  • -
  • +
  • 인쇄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일본 수석통상교섭대표 아카자와 료세이 (사진=AP통신)

일본이 자동차 등 핵심 수출품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본경제신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이 가장 적은 대가로 가장 많은 것을 얻었다고 평가하면서, 관세와 투자 모두에서 교묘한 타협안을 이끌어낸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쌀과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15% 단일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미국산 자동차·트럭·쌀·농산물을 일본에 추가 수출하기로 했다. 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 미국 내 프로젝트에도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협상의 표면적인 내용만 보면 미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협상", "미국이 90% 이익을 가져간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약 753조)의 투자액 가운데 대부분은 일본기업들이 이미 계획하고 있는 미국 투자액이 재포장된 것이다.

또 이번 관세협상에서 일본은 미국산 쌀을 추가로 수입하기로 약속했지만 기존 '최소수입물량(minimum access)'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 자국 농업계 반발도 최소화시켰다. 안전기준 완화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허용했지만 자국 자동차 수출은 물량 제한없이 15% 단일 관세를 적용받기로 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세계 최초의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수석협상관은 "국익을 지키며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강조하며, 이 전략을 "서두르되 천천히"라고 표현했다. 그는 협상 직후 "#미션완수"라는 글과 함께 백악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경제신문은 "트럼프의 '섹터별 고관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자동차에 단일 관세를 적용받은 것은 전례없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외신들도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이 당초 내줄 것으로 예상됐던 카드 대부분을 지켜냈다"고 평가했고, CNN은 "일본은 결국 잃은 건 거의 없고, 트럼프가 내세울 명분만 만들어준 셈"이라고 일갈했다.

정치적으로도 일본은 협상을 통한 '최악 회피'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총선 참패 직후 협상에 나선 이시바 총리는 "관세를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며,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마지막 성과로 삼고 퇴진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국제정세 분석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데이비드 볼링은 "카드는 불리했지만, 일본은 게임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세협상은 협상을 앞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외형상 미국이 주도한 합의처럼 보이지만, 일본은 실질적 양보없이 실익을 확보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내세운 수치는 과장됐고, 일본은 피해를 최소화하며 자신들의 투자와 수출을 보장받았다"고 분석했다. 유사한 상황에 직면한 한국 역시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연휴날씨] 강풍 동반한 '비소식'...보름달은 구름 사이 '빼꼼'

추석연휴 초반에는 남부지방과 제주를 중심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가 예보됐다. 추석 당일 보름달 보기는 쉽지 않겠다.서해상에서 저기압이 형성되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