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리스크 공시 강화해야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파괴된 자연을 30%까지 복원하는데 필요한 자연금융은 연간 5조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자연금융 격차 진단: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국제서약인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자연금융에 연간 5조5500억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공공 예상지출은 연간 3조46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자연금융'(Nature Finance)은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에 돈이 흐르지 않게 하고, 자연을 가꾸는 사업에 돈이 더 많이 흐르게 하는 금융의 운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경제활동인 '유해 보조금'으로 7조달러(약 9200조원)를 쏟아붓는 반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자연금융으로는 2000억달러(약 260조원)를 썼다. 이는 7조달러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유엔은 지난 2022년 생물다양성협약(CBD) 총회를 통해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의 자연을 30% 복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유해 보조금'을 5000억달러 줄인 6조5000억달러 규모로 줄이고, 자연금융을 연간 4000억달러로 늘리기로 결의했다.
기후솔루션이 한국의 소비수준과 생태발자국에 비춰 '2030년 자연금융 4000억달러' 목표에 맞는 한국의 분담금을 추산해보니 5조5000억원을 매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정부가 집계한 2020년 자연금융 규모는 총 1조8500억원이었으므로, 2030년까지 우리나라는 이 규모를 3배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국가생물다양전략 재원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예상하는 2030년 자연금융 규모는 3조4600억원으로, 5조5000억원보다 2조원 넘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민간금융을 적극 활용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가운데 GBF가 권고하는 포괄적인 자연금융 정책을 수립한 곳은 한군데도 없으며, 일부 도입하고 있는 은행에서도 실제 투자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보고서는 생물다양성에 위해를 끼치는 활동에 대한 투자 배제를 명확히 하고, 이미 훼손된 자연을 복원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자연기반해법(NbS) 사업에 금융지원을 우선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은 금융기관에 생물다양성 관련 리스크와 의존성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을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의 엘레오노라 파산 연구원은 "민간자본으로 자연금융을 조달하면 2조원 격차는 빠르게 줄여나갈 수 있다"며 "은행은 포괄적인 산림파괴 투자금지와 구체적인 자연금융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금융당국은 생물다양성 공시를 강화해 민간부문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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