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불안감 판매부진으로 이어질까 '우려'
최근 잇단 화재 사고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전기차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면서 전기차 판매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자동차·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전기차 사고 싶었는데 고민이 많아지네" "새 차로 전기차 구매예약 했는데, 취소해야 할듯" "전기차 안산 내 자신 칭찬한다" 등 전기차 구매에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대해 지하주차장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폭탄을 끌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대규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기차는 지상 주차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모처럼 판매정체를 벗어난 전기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하면서 올 5월부터 가까스로 전기차 판매부진에서 벗어났다. 올 1~4월까지 내리막길을 걷다가 5월 전월대비 3.4% 증가한데 이어 6월에도 13%로 늘었다. 7월에는 전월대비 7.8% 증가한 3906대를 판매했다. 7월 기아 전기차 판매량도 전월대비 62.4% 증가한 5618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최근들어 약진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었는데, 잇단 화재 사고로 이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도 "(화재) 사고 때문에 전기차 구매하려던 분들이 꺼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6월까지 국내 등록된 전기차량은 60만6610대에 이른다. 지난 2019년에 비해 7배가량 늘었다. 전기차가 늘어난 만큼 최근 4년간 전기차 화재 사고는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전기차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하는 아파트도 있다. 안양의 한 아파트는 입주자 62%의 찬성으로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해당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시설 9개를 모두 지상에 설치했다. 남양주의 한 아파트도 이달부터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을 못하도록 막아놨고, 부산의 한 아파트도 지난해 4월 전기차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한 뒤로 전기차 충전기에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
앞으로도 아파트의 전기차 지하주차장 이용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주변에 있던 차량 140여대가 피해를 입었고 전기와 수도공급이 끊겼다. 또 6일 충남 금산 주차타워에서도 충전중이던 기아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는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소될 때까지 불길을 잡을 수 없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났을 경우에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유독가스로 가득차서 진화가 더 어렵다.
다만 국내 전기차 누적대수가 60만대를 넘어선만큼, 일방적인 지하주차장 이용금지는 주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지하주차장 이용을 특정 차종만 막을 경우 재산 침해 소지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가입자가 100만명 이상인 전기차 카페에 차주들의 공동대응을 제안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방재 전문가들은 "전기차 출입 제한보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방재 설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짚었다.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또한 소방시설이 제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