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태양광 패널에서 추출한 나노실리콘이 벼의 카드뮴 축적을 최대 66%까지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오염 저감 효과뿐 아니라 폐전자제품 재활용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식량안보와 순환경제를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다.
호주 뉴캐슬대학교 환경복원센터 연구진은 최근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나노입자 형태로 가공해 벼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리콘이 적용되지 않은 벼와 비교한 결과, 카드뮴이 든 물에서 자란 벼의 카드뮴이 62~66% 줄어들었다. 벼 뿌리나 줄기, 껍질 등에서도 카드뮴이 30~60% 줄었다.
연구진은 나노실리콘이 벼 뿌리의 세포벽에 달라붙어 카드뮴이 식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았고, 일부 실리콘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중금속을 해독하는 작용도 했다고 밝혔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결과, 실리콘은 주로 세포벽에 있었고 카드뮴은 훨씬 덜 퍼져 있었다고도 했다.
나노실리콘을 쓴 벼는 중금속만 줄인 게 아니라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도 더 잘 흡수했다. 구리는 최대 57%, 마그네슘은 41%, 아연은 13% 더 많이 흡수돼 벼가 더 건강하게 자랐다. 연구팀은 실리콘이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대사작용도 활발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나노실리콘은 버려진 태양광 패널에서 만든 것이라 값도 쌌다. 1kg 만드는 데 440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이는 기존에 시판되던 제품보다 10배나 저렴하다. 연구팀은 "고품질 실리콘을 새로 캐지 않고 폐기물에서 재활용해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카드뮴은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벼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 32개국 2270건 벼 샘플 조사결과, 5%가 유럽식품기준을 초과했고, 25%는 유아식 기준을 넘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카드뮴 기준치를 초과한 벼가 발견됐다. 재작년 아산시에서 수확한 벼에서 카드뮴이 초과 검출됐으며, 시 차원에서 이를 공공비축미 1등급 가격에 따라 수매하고 소각해 출하를 막은 적이 있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도 2050년까지 전세계에서 7000만톤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폐태양광 패널 활용 방법을 새롭게 발견한 성과도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전자폐기물과 식량안전이라는 두 환경 문제를 하나의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7월 6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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