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에서 연구자들이 몰려들었던 미국에서 이제 과학자들이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벌어지는 현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기관의 연구예산을 삭감한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8명이 선발된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의 '과학을 위한 안전지대(Safe Place for Science)' 프로그램에 298명의 미국 주요 대학 연구자들이 지원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더이상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연구자들이 새로운 학문적 피난처를 구하기 위해 이 이 프로그램에 대거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와 예일대 연구자들도 다수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엑스마르세유대학은 밝혔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의 에릭베르통 총장은 "이같은 지원자 수는 미국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자들의 다수는 본국 소속 대학과의 관계를 우려해 익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 기후과학자 제임스(가명)는 "우리가 일하는 분야가 겨냥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민주주의·사법제도 연구자인 아내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실명을 공개한 브라이언 샌드버그 노던일리노이대학 교수는 "미국의 연구와 교육 시스템 전체가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은 참가자들에게 프랑스 연구자와 동일한 임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인 유치를 위해 재정이 집중된다는 프랑스 내 학계의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베르통 총장은 "오늘 벌어지는 일은 역사 속 어두운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며, 나치 박해를 피해 망명했던 유럽 학자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다.
사실 엑스마르세유대학의 이 프로그램은 미국 연구자들을 겨냥해 마련한 과학자 보호 프로그램이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은 자체 예산 1500만유로를 들여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연구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연구자들을 더 유치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 매칭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해둔 상태다. 엑스마르세유대학은 "정부 예산이 확보될 경우 채용 인원을 현재 20명에서 최대 39명으로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 다수는 자신을 '과학 난민'이라고 부르길 꺼려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연구 자유를 위한 피난에 가깝다. 한 연구자는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같다"고 말했다. 탈출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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