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적게, 분해 쉽게'...유럽 '에코디자인' 전자제품 적용 기준은?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7-04 14:41:42
  • -
  • +
  • 인쇄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채택했지만 전자제품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규제와의 충돌, 투명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디지털산업협회 지속가능정책담당 라파엘 헨느킨느 국장은 3일 서울 마곡 코엑스에서 열린 '한-EU 에코디자인 협력 포럼'에서 "이미 ESPR은 채택됐고, 디스플레이 산업이 첫번째 제품군으로 적용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침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하는데 내년 하반기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ESPR을 전자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은 많은 부품이 사용되므로 공급망이 그만큼 복잡하고 규정을 적용해야 할 범위가 넓다. 게다가 이미 2009년부터 전자제품 등에 '에코디자인 지침'이 적용된 바 있다. 이 기존의 에코디자인 지침은 국가별로 자율이행되고 있고, 에너지효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ESPR은 제품의 에너지효율뿐 아니라 자원효율성, 내구성, 수리용이성, 재활용 용이성 등의 요건도 갖춰야 하는데다, EU 전 회원국에 구속력을 가지는 규제다.

헨느킨느 국장은 "서버 및 데이터 저장 장치, 컴퓨터 등 일부 제품은 2009년부터 시행된 기존 요구사항에 따라 2026년까지 12월까지 재검토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지침에서 새 규정으로 전환할 때 충돌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 회원국 전문가들과의 협의, 법률 초안 작성, 공청회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 채택되면서 스마트폰에도 새로운 규제가 적용됐다. 헨느킨느 국장은 "스마트폰은 분해 용이성, 수리가능성 요건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자원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 효율성'은 전자제품을 설계·생산·사용·폐기하는 전과정에서 에너지와 소재, 물, 희귀 금속, 화학물질 등의 자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사, 케이블, 기판 등 불필요한 자원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별도 모듈 대신 하나의 칩으로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또 소형화 및 경량화를 통해 탄소발자국 감축해야 한다.

이에 헨느킨느 국장은 "제품별 특성을 감안한 실질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유럽 전자제품 업계는 EU집행위가 여러 제품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제품 성능이나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재활용성을 높이려다 제품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PR이 제품군 특성에 맞게 '맞춤형 접근'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등 재생원료 함량은 제품의 내구성,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자제품은 수십개 부품이 필요한만큼 공급망도 복잡하다. 최종 제품 생산자가 모든 공급망의 부품이나 소재에 대해 재생원료 함량을 확인하고 성능을 보장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PC 부품 중 배터리 셀은 한국이 공급하고, 메인보드는 대만과 중국 등에서 공급하고, 케이블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공급하는 상황이므로, 신뢰가능한 검층체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에코디자인 규정은 투명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제품여권(DPP)'과 '판매되지 않은 재고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가 뒤따르게 된다. 일부 제품군은 재고에 대한 파기금지도 검토되고 있다. 헨느킨느 국장은 "정보 공개의 책임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생산공장에서 폐기된 제품까지만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재고 제품이 물류창고·판매단계까지 이동한 이후까지 추적·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했다.

유럽 ESPR은 지난해 7월 법률이 발효된 이후, 올 4월 전자제품, 배터리, 섬유 제품 순서대로 적용되고 있다. EU 집행위가 7월 이내로 각 제품군별로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과 요건을 명시한 세부규칙(위임 법률)을 확정하면 2027~2028년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기후/환경

+

[주말날씨] 주말 내내 '푹푹' 찐다...'이중 고기압'에 38℃까지

사람 체온보다 높은 38℃의 찜통더위가 오는 주말 내내 이어지겠다.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8

호주 바다 뒤덮은 독성 해조류...해양생물 400여종 '떼죽음'

호주 남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SA) 해역에서 독성 해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400여종의 해양생물이 폐사하고 지역관광이 큰 타격을 입고 있

전국 97%가 '지글지글' 폭염...2개의 고기압에 또 '열돔' 현상?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은 11일만에 다시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 97%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기상청은 24일 서울 전역과 경기

서식지 파괴로 중앙아메리카 수목종 46% '멸종위기'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수목종의 46%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23일(현지시간) '국제식물원 보존연맹' 연구팀은 인간활동과 기

'4대강 보 철거' 15년 숙원 이뤄지나...환경장관 "금강부터 재자연화"

'4대강 보'를 놓고 15년째 이어오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4일 금강 수계의 세종보와 백제보 그리고 금강 하굿둑 현장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