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장맛비 구름대가 유달리 좁고 긴데다 대기불안정성까지 커지면서, 예측불가능하게 압축적으로 쏟아진 '물폭탄'이 충북·경북의 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10일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기습폭우로 전국 3072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고, 오전 6시 기준 1600여명이 귀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충북·경북 지역에서는 사망자 2명과 실종자 1명이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나올 정도로 피해가 컸다.
지난 6일부터 계속된 비로 충북 옥천과 경북 상주의 누적 강수량은 각각 268㎜ 와 275㎜ 에 달했다. 특히 지역 내에서도 강수량이 크게 다를 정도로 비가 압축적으로 내리면서 피해규모가 커졌다. 충북 옥천에서 옹벽이 무너져 1명이 숨지기 전날인 7일 강수량은 225.5㎜였지만, 같은 충북지역이더라도 노은, 영동, 제천은 75~83.5㎜ 의 비가 내리는 등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지난 9일 경북 북부지역은 10㎜ 안팎의 적은 비가 내린 것과 달리, 내륙 지역에서는 10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9일 대구 누적강수량은 163.4㎜, 영천 132㎜인데 비해, 안동과 2.4㎜ 의성은 11.8㎜로 같은 경북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는 올들어 통상 장마철 남단에 자리잡는 북태평양고기압 뿐 아니라, 북서쪽에 또다른 고기압이 만들어지면서 짓눌린 형태의 좁고 가느다란 정체전선이 형성된 탓이다.
게다가 대기불안정성도 커지면서 불규칙적인 저기압 발생하고 있어 기상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상 저기압은 한반도 동해상에서만 발달했지만, 최근 중극측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짓눌린 고기압 사이로 더 많은 수증기를 불규칙적으로 끌어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대구기상청은 9~10일 대구·경북에 30~80㎜ 비가 내리고, 경북 북부지역에 12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9일 당일에는 정반대로 대구와 경북 남부지역에 호우가 집중된다는 예보로 변경했다.
이같은 피해는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경북 구미에는 시간당 강수량이 58.3㎜에 달하는 등 100년에 한번 닥치는 호우가 발생했다.
이날 중대본은 '호우 대처상황 점검 중대본회의'를 통해 △산사태 우려 지역 △급경사지 △반지하주택 △저지대 등 취약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의 경우 야간이나 새벽처럼 취약 시간대 이전에 대피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하천변 산책로, 지하차도, 하상도로 등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위험 기상예보시 선제적으로 통제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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