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정자수 감소 원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1 11:14:14
  • -
  • +
  • 인쇄
중성화 반려견·인체 샘플 70개 전부 검출
PE·PVC 가장 많아..."PVC 정자형성 방해"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고환 속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난 수십년간 계속된 정자수 감소와도 관계가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뉴멕시코대학교 체린 제이미 후 연구원 주도 연구팀은 최근 중성화 수술중 채취한 반려견의 고환과 해부용 시신에서 추출한 고환 샘플 각각 47개와 23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통상 '직경 5㎜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번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고환 외에도 혈액, 태반, 모유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인체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인체실험에 대한 윤리문제, 체내에 머무르는 기간 파악의 어려움 등 여러 제약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정확히 인체에 어떤 증상을 유발하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지만, 실험실에서 사람의 세포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킨 결과,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거나 세포사멸에 이르는 등 점차 정황증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인간 고환 샘플의 경우 시신이 보존 처리돼 정자 수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수술 직후 채취한 반려견 고환의 경우 정자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폴리염화비닐(PVC) 오염도가 높을수록 정자수가 적었다는 분석이다.

인간 고환 샘플은 2016년 사망해 보존처리된 16~88세 남성의 시신들로부터 채취했는데,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개의 고환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3배 높았다. 인간 고환에서는 샘플 1g당 미세플라스틱이 330마이크로그램(mcg) 검출된 반면 개의 고환에서는 1g당 123mcg이 검출됐다. 총 12가지 플라스틱 재질이 검출됐는데, 이 가운데 폴리에틸렌(PE)와 PVC가 가장 많았다.

특히 PVC의 경우 1973~2011년 40년간 남성 정자수가 52%가량 줄어든 현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뉴멕시코대학교의 샤오중 위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PVC는 정자 형성을 방해하는 많은 화학 물질을 방출할 수 있고, 내분비 교란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톡시콜로지컬 사이언스'(Toxicological Sciences)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은행, 소각되던 지폐 부산물로 '친환경 굿즈' 만든다

하나은행이 매년 500톤씩 발생하는 지폐 부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한국조폐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이번 협약으로

대국민 사과 1년만에 또?…현대엔지니어링, 이번엔 교량붕괴 사고

지난해 전남 무안군 아파트 하자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엔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또 대형사고를 냈다. 지난 25일 서울

롯데, 세븐일레븐 ATM사업 600억원에 매각

사업 구조개편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편의점 ATM 사업을 600억원에 매각한다.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금

하림, 새만금환경생태단지 '생물다양성 보존' 나선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이 국립공원공단과 새만금환경생태단지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ESG활동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4일 열

석유기업 BP, 재생에너지 발전량 20배 증가 목표 '철회?'

세계 2위 석유기업 BP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4일(현지시간) 머레이 오친클로스 BP CEO

경기도,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6곳으로 확대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국 최초로 운영하는 '일회용품 없는 경기특화지구'를 5곳에서 6곳으로 확대한다고 24일 밝혔다. 양평 양수리전통시장

기후/환경

+

무모한 트럼프?...기후예측하는 美 NOAA 수백명 해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공무원들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는 가운데 미 상무부 산하의 대표적인 기후연구기관인 국립해양대기청(NOAA) 직원 10%

탄소 대량흡수하는 해양 남조류 발견..."양식 가능성 조사"

이탈리아 바닷속에서 발견된 신종 남조류가 탄소를 대량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탄소흡수 및 격리기술의 자연적 대안으로 주목받

재생원료 의무사용 범위 확대...14개 환경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

플라스틱 제품·용기 제조자에게도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페트(PET) 원료 생산자뿐

바싹 마른 숲이 불쏘시개 역할...日 이와테현 대형산불 사흘째

일본 혼슈 북동부 이와테현 오후나토(大船渡)시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3일째 활활 타고 있다.교도통신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6일 낮 발생한 산

'미세플라스틱' 정신질환도 영향? 해안가 주민들 비교해보니...

해안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정신질환 발병이 미세플라스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25일(현지시간) 미국 레이히병원의 사르주 가나

BP,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에 매년 14조 투자

세계 2위 석유기업 BP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기로 한 데 이어 26일(현지시간) 2027년까지 연간 석유·가스 투자금을 100억달러(약 14조4190억원)로 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