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개최국인데...정부, 미세플라스틱 연구비 67% '싹둑'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3 10:32:13
  • -
  • +
  • 인쇄
국내 유일 5개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연구'
느닷없이 연구비 100억원 삭감에 '올스톱'
▲거문도에 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주민들 (사진=국립공원공단)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마지막 총회를 주관해야 할 우리나라가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되레 삭감시켜 개최국으로서 입지를 스스로 옹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국책과제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응 및 관리 기술개발' 1건 뿐이다. 이 연구과제는 지난 2022년에 5년간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돼 오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당시 5년간 연구개발비로 총 404억원을 책정했다.

정부는 이 연구과제를 통해 △해양 미세플라스틱 유입발생 및 환경거동 연구 △해양 생태계 보호기준 마련을 위한 위해성 평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현안해결 기술개발 등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 연구과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5년간 404억원으로 책정됐던 총 예산은 308억원으로 무려 96억원이 깎였다. 이 때문에 5년에 걸쳐 매년 80억원 안팎으로 집행될 예정이었던 연도별 사업비가 당장 올해부터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연도별 사업비는 86억5300만원이 배정됐는데 올해는 28억5550만원으로 67%가 싹둑 잘렸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올해 사업비는 10억6700만원이었는데 그나마 국회가 17억8850억원을 되살려놓은 금액이 이 정도다.

이 때문에 이 연구과제를 맡아서 진행하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1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총사업비 가운데 절반이 올해 깎인 것이기 때문에 연구를 아예 진행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너무 황당하다"면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혈압과 체온, 소변량을 재다가 갑자기 방치해두는 꼴"이라며 기막혀 했다.

미세플라스틱 연구과제비가 이처럼 삭감된 것은 해수부 연구개발(R&D)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2023년 8824억원이었던 해수부 R&D 예산은 2024년 7307억원으로 17.2% 줄었다. 1517억원이 날아간 여파가 미세플라스틱 연구과제에 고스란히 영향을 준 것이다. 해수부 R&D 예산 삭감은 국가R&D 예산이 14.8% 줄어든 것에 영향을 받았다. 2023년 31조1000억원이었던 국가R&D 예산은 2024년 26조5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이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다른 나라에서 진행한 많은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의 혈액, 태반, 생식기 등 모든 세포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에 전세계 175개국이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결과물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협상에서 도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이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는 개최국이다. 정부가 지난 2022년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5년간 미세플라스틱 연구과제를 국책사업으로 진행시킨 이유도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 개최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연구과제의 중간성과를 발표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을 절반 넘게 삭감해버려서 지난 2년간 공들여 진행한 연구마저 무산되게 생긴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사용역 사업도 없애버렸다. 해수부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4억5000만원씩 들여 해양환경공단에 위탁해 진행하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조사용역'은 올해부터 '올스톱' 됐다. 예산이 통째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조사용역' 사업은 우리나라 연안 60곳을 정해 두달에 한번씩 플라스틱과 유리, 금속, 목재 등의 해양쓰레기를 조사하는 사업이다. 이 조사결과는 해양과학기술원이 진행하는 미세플라스틱 연구과제의 기초 데이터로도 활용됐다. 게다가 지난 16년간 국가 차원에서 플라스틱 오염수준과 이동경로에 대한 기초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한 것이어서, 전세계적으로도 모범사례로 꼽혔다. 그런데 관련 예산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세플라스틱 연구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향후 국제표준을 만드는 등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플라스틱 오염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객관적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협약성안을 도출하는데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려면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