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노트] 유기농 면 생리팬티 3년간 사용해보니...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4-04-29 08:30:02
  • -
  • +
  • 인쇄

이북 출신 외할머니의 말솜씨를 물려받은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딸 둘은 다 젖 먹이고 똥 기저귀 빨아 키웠어. 우리 때는 천 기저귀가 흔해서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지, 별생각 없이 했어."

엄마는 별생각 없이 1992년 어느 날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기저귀를 뗄 때까지 매일 아침 똥 묻은 천을 빨고 삶고 말렸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나의 수능이 끝나는 날까지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고 치우고 출근했다. 가족 중 누구도 먹은 것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 없이 문을 나섰다.

독립해 혼자 살아보니 식탁 위에 올라오는 김치가 그냥 배추만 산다고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면 생리대를 써보고 나서야 손빨래의 귀찮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초경 때부터 아무 생각없이 생리대를 써왔는데 이왕이면 '순면'이라고 쓰여있는 생리대를 몇 천원 더 주고 구매해왔다. 생리통은 언제나 심했는데 어느날 '생리 팬티'의 존재를 안 이후로는 그 심한 생리통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월경 트러블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의류 디자이너, 그 고민에 함께한 서울대 섬유공학자 남편"이란 문구에 강력하게 끌려 유기농 대나무 섬유로 만들었다는 생리 팬티를 주문했다. 유기농도 아니고 면도 아닌 모달 95%, 폴리우레탄 5%로 만든 다른 브랜드의 생리 팬티도 검색해서 주문했다.

생리혈로 무거운 날에도 뽀송뽀송한 날을 보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어서 비교해 보고 싶었다. 3년을 사용한 결과, 역시나 고민끝에 탄생한 유기농 대나무 섬유 생리 팬티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쓸만하지만 기능이 살짝 떨어진 것같아 더 나아진 새 제품으로 재주문했다.

생리통의 원인은 복합적이기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틀 내내 고생하던 것이 하루로 줄었다. 무엇보다도 '순면'이라고 쓰여있던 일회용 생리대를 써도 엉덩이 간지러움, 습함이 사라지지 않아 하루평균 10개를 사용했는데 이제 일회용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됐고 찝찝함도 사라졌다. 물론 일일이 빨아야 하고 생리혈이 많은 날엔 팬티도 갈아입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그 정도는 감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얼마만큼 환경보호에 기여했는지 자신있게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 지표는 없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 생리 때마다 열심히 팬티를 빨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는 대단하다, 역시 젊은 세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내가 굳이 유기농 면 생리 팬티를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엄마에게서, 그리고 버리는 것 없이 무엇이든지 알뜰하게 삶을 꾸려나가시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에게서 온 것같다.

부풍모습(父風母習). 내 모습과 언행은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 나 이렇게 산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처럼 살라고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유기농 면 생리 팬티, 다 좋지만 처음 구매할 때 비싸게 느껴지고(장기적으로 봤을 땐 비싸지 않다) 팬티 모양이 할머니 것같지만 그래도 3년 사용해본 소감은 좋았다. 


 
 글/ 김연아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