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③] 바이오·재생원료 전환하기 위한 해법은?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6 0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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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의존도 낮추자(하)]
제도개선해야 '규모의 경제' 가능
(출처=모션엘리먼츠)

나프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나 고품질 재생원료 등의 대체소재는 이미 다양하게 개발돼 있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나프타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보니 단가도 비싸다. 가격이 비싸니까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대체소재 시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관련업계는 대체소재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규모의 경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상권 CJ제일제당 바이오BMS 사업부장은 뉴스트리 인터뷰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이 비싼 이유는 현재 생산규모가 작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증가하면 석유기반 플라스틱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이미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바이오플라스틱 가격이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국내에 바이오플라스틱 생산거점이 부족한 것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해외에 있는 공장에서 바이오 나프타를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인도에 연간 2만5000톤, 인도네시아에 연간 6만6000톤의 생분해성 폴리하이드록시(PHA)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SK리비오도 베트남에 연간 7만톤 규모의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 공장을 가동할만큼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 2022년 충청남도 서산에 연간 5만톤 규모의 PBAT 공장을 지었다가 1년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한국바이오화학산업협회(KOBC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업들이 국내로 생산거점을 옮기려면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요가 늘어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2023년 일회용품에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권고했던 것처럼 대체소재 시장은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문상권 CJ제일제당 부장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마중물이 필요하다"며 "이 역할을 정부가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권고하는 것에 그치는 것보다 의무화를 통해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를 비롯해 영국, 뉴질랜드,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체소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EU는 지난 2023년부터 '그린딜' 정책을 통해 바이오플라스틱 소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중국도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면서 대체소재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의 바이오플라스틱 시장규모는 연평균 2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전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에서 48.5%를 점유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중국도 2021년 44만9700톤에 불과하던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규모가 2023년 150만톤까지 늘었다. 

▲국가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newstree

우리 정부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생분해 플라스틱 환경표지인증' 등 여러 정책을 시도했지만 단 하나도 제대로 성공한 것이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지 않다보니, 대체소재 시장이 성장할 턱이 없다. 우리나라가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이미 PLA와 PBAT 등으로 전세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해 버렸다.

생분해나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 수거코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 수거코드가 없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석유계 플라스틱 폐기물에 비해 재활용성이 떨어져 친환경 소재라고 보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석유계 플라스틱과 재활용 공정에서 섞이면 재생원료 품질이 떨어진다"면서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보니 생분해 플라스틱이 오히려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분해 수거코드는 2027년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70%라고 하지만 실제 재활용 비율은 17%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배출되는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은 열에너지로 소각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폐플라스틱 가운데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되는 것은 투명페트병 정도다. 투명페트병은 2020년 12월부터 아파트를 시작으로 분리배출이 의무화되면서 그나마 국내에서 고품질 재생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나프타 부족사태를 계기로 재생원료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거체계로는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늘리기는 쉽지않다. 고품질 재생원료 위주의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려면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회수하는 제도부터 도입해야 한다. 생산한 제조사가 수거하면 동질의 소재를 모아 재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빈용기를 직접 수거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내열 필름으로 인해 일반쓰레기로 처리되는 햇반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고, 이마트는 물류센터 및 점포에서 폐기되는 비닐랩을 자체 회수해 재활용한다.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기업 그리코의 박재민 대표는 "기업이 판매한 제품을 직접 수거하는 역회수 책임제를 도입해 선별시스템의 부담을 덜고,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재활용 플라스틱의 경계를 확실히 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프타 대체소재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일회용 플라스틱 전면 사용금지를 비롯해 순환자원 시스템부터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재생원료 의무사용 비중도 늘리고,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과감하게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이미 수년전부터 관련업계는 정부에게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속도가 전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나프타 공급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며 "나프타에 의존하던 제조산업의 위험성이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확고한 정책으로 전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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