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후대응 '엉망'...'생태·사회' 지표 대부분 '낙제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6 15: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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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생태적 한계를 도넛 모델로 시각화. 폐기물, 대기질, 에너지, 녹지, 생물다양성 등 13개 지표 중 12개 지표가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 '과잉' 상태에 놓였다. (자료=녹색전환연구소)

서울의 대기질과 생물다양성 자원, 재생가능한 깨끗한 물, 에너지 생산, 폐기물 현황 등  렌즈를 분석한 결과 총 41개 지표 가운데 33개가 기준치에 미달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도넛 모델'을 기반으로 서울의 지속가능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41개 지표 가운데 충족 판정을 받은 지표는 8개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도넛 모델은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적 기초'와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도시진단 틀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전세계 50여개 도시와 주정부가 이 모델을 도입해 환경과 복지를 함께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구감소·고령화·불평등 심화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는 서울에 '도넛 모델'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넛 모델은 바깥 경계선이 기준선을 넘으면 생태계를 위협하는 '과잉' 상태이며, 안쪽 경계선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들의 기본 삶이 충족되지 못하는 '부족' 상태이다. 이 두 경계 사이의 고리 안에 도시가 위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차원의 서울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지역-생태와 △지역-사회 등 두 관점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국제네트워크인 도넛경제행동연구소(DEAL)도 각 지역상황에 맞는 유연한 분석을 공식 권장하고 있다.

'지역-생태 렌즈'를 기반으로 서울시를 분석한 결과, 13개 지표 가운데 충분하다고 평가받은 것은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전국 1인 평균 1.3㎏보다 낮은 1.1㎏) 단 1개에 불과했다.

홍수취약지역 저감률의 경우 선진 도시들이 취약지역의 50% 개선을 목표로 설정한 데 반해 서울 목표치는 20%에 그쳤다.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비중은 19.8%로 쿤밍-몬트리올 국제 목표(30%)에도 못미쳤다.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보급량은 2025년 누적보급량 기준 40메가와트(MW)였다. 이는 서울시가 스스로 설정한 2030년 목표(316MW)의 13%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매년 55MW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서울시의 연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이 가장 많았던 2022년에도 5MW를 겨우 넘은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력자립도 역시 2030년 목표(23%) 대비 10.4%에 그쳤다. 

기후대응 현황도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전국 평균(16.4일)의 약 3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밀도의 문제가 아니라 콘크리트 건물 밀집, 아스팔트 포장, 녹지 부족 등 도시계획과 정책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로 서울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1.09㎡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50㎡/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역-사회 렌즈' 28개 지표 가운데 충족 판정을 받은 것은 7개에 그쳤다. 나머지 21개는 부족 판정을 받았다. 먼저 서울시민의 32.6%가 식품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8%의 약 1.7배였다.

서울시민의 기대수명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지만,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24.1명으로 OECD 평균(10.9명)의 2배를 넘었다. 또 비정규직 비율은 38.4%로 OECD 평균(11%)보다 약 3.4배 높아 고용의 양적 수준과 질적 안정성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도 확인됐다.

에너지복지 분야에서는 서울시 기후변화행동계획이 목표로 내세운 연 20만호 그린리모델링에 대해 2025년 실적이 3968호에 불과해 목표 대비 달성률이 2%에 그쳤다. 강남-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는 2025년 기준 22억1000만원까지 벌어졌다. 서울의 공간지니계수(0.376)는 전국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연구소는 "서울의 위기는 특정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운영 방식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그동안 서울시는 탄소중립, 녹색전환, 사회적 포용 등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왔지만 그린리모델링 집행률 2%,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률 13% 등 자체 목표치에 현저히 미달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고서는 기후대응과 사회적 안전망이 서로 연결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2030 탄소중립 정책 재수립과 공동주택 태양광 확대 △노후주택 그린리모델링과 사회주택 공급 연계 모델 △지하철-자전거 환승체계 구축과 기후동행카드 월 4만원 재설계 △수리권 보장과 수리·재사용 중심의 순환경제 전략 등 4개 분야 25개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려면 외형적 성장 지표가 아닌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도시 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며 "시민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이 지금 서울에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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