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멕시코...폐기물 관리 '엉망'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8 16: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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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시)

미국에서 배출한 폐기물과 유해물질이 고스란히 멕시코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마르코스 오렐라나 유엔 유독물질·인권특별보고관은 가디언과 탐사매체 퀸토 엘리멘토 랩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가 오염의 희생지가 되고 있다"며 환경·보건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오염지역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곳만 1000곳이 넘는다. 오염 지역에서 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유산 등이 잦아지는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유입되는 폐기물 종류도 다양하다. 오렐라나 보고관은 "미국의 과잉 소비와 산업 활동이 멕시코를 폐기물 처리지로 만들고 있다"며 "환경 기준이 느슨한 곳에서는 오염이 사실상 합법화된다"고 지적했다.

오렐라나 보고관이 최근 11일간 멕시코 현지를 조사해보니, 산업 오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멕시코 중부 이달고주의 툴라 산업지대는 공업 폐수와 미처리 하수로 하천이 오염돼 있고, 푸에블라 지역의 아토약강은 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로 오염돼 있었다. 유카탄 반도에서는 대규모 산업형 양돈장이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고, 소노라강 인근에서는 10여년 전 광산 화학물질 유출 사고의 여파가 여전히 주민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에서 넘어오는 폐기물 관리의 불투명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매년 수십만톤의 폐기물이 멕시코로 반입되지만, 국경을 넘은 이후 최종처리 경로가 명확히 추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납축전지 같은 유해 폐기물뿐 아니라 플라스틱, 금속, 종이 등 재활용 폐기물도 대거 유입되며, 일부 하천에서는 미세플라스틱까지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은 "멕시코가 이러한 폐기물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북부 산업도시 몬테레이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비염, 천식, 눈 자극 등 호흡기 질환이 일상화됐고, 어린이들조차 만성 기침을 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렐라나 보고관은 "이런 지역에 사는 것은 '자연사할 권리를 잃는 것'과 같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 책임과 규제 부재다. 기업들이 오염 방지나 피해 복구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최근 멕시코 정부도 산업 배출 기준에 개선이 필요한 점을 인정하고 규제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당국은 특정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대기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추진 중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오렐라나 보고관은 "유해 폐기물 수입 제한은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며 일부 국가처럼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 도입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멕시코 의회에서도 환경 기준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보고관은 "멕시코는 더 이상 독성 폐기물의 종착지가 돼서는 안된다"며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과정에서 환경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이 오염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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