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꿀벌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1주일가량 빨라지면서 농작물 수확량에 '적신호'가 켜졌다.
영국 레딩대학 크리스 와이버 박사팀은 지난 40년간 야생꿀벌 88종을 조사한 35만건 이상의 연구결과를 분석해보니,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10년마다 평균 4일씩 빨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평균 6.5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꿀벌의 겨울잠 주기 변화는 농작물의 꽃가루받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시기가 식물의 생태주기와 맞지 않으면 꿀벌은 먹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연구팀은 꿀벌들이 농작물 꽃가루받이를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지거나 작물 개화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겨울 기온은 2070년까지 1℃~4.5℃ 상승하고 습도도 30%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앞으로 봄이 점점 더 빨라지고 그에 따라 꿀벌의 활동 시기도 점점 앞당겨질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꿀벌 활동 시기의 변화는 곤충에 꽃가루받이를 의존하는 식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꿀벌이 깨는 시기가 꽃이 피는 시기보다 더 빨라져, 벌이 활동할 때 식물은 아직 꽃피울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꿀벌 겨울잠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식물 개화 시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과일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시점을 조사하는 프로그램(FruitWatch)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버 박사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꿀벌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꽃가루와 꿀이 필요하기 때문에 겨울잠이 끝나는 시기와 개화 시기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두 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꿀벌은 효과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 꽃가루받이가 줄어들면 농민들은 양봉 꿀벌을 이용해야 하고 이는 비용을 증가시켜 과일과 채소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 및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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