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 39개 탄소 고배출 국가들은 전세계에 약 192조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선진국들이 내뿜은 탄소에 의해 초래된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들이 받아야 하는 보상규모인 셈이다.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Autonomous University of Barcelona)와 도넛경제학 행동연구소(the Doughnut Economics Action Lab, DEAL)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저배출 국가들에게 보상 또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저자인 DEAL 앤드류 패닝(Andrew Fanning) 연구원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의 초과배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가들에게 빠르게 탈탄소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후정의 차원에서 불평등"이라며 "저배출 국가들은 불공정한 부담에 대해 오히려 보상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지속적으로 부유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탈탄소화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최근 국제사회도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기후취약 국가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금설립을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기금 운영방식에 대한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국제사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확히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측정할 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도 있다"며 연구목적을 밝혔다.
우선 연구진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5℃ 또는 2℃ 이내 상승'을 준수하는 선에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과 이를 금전화 한 예산을 조사했다. 이후 탄소예산을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는 규모와 인구에 따라 예산의 일부를 각각 할당받았다.
다음으로 1960년 이후 각국의 누적배출량을 조사한 후 이를 바탕으로 어느 국가가 탄소예산의 공정한 몫을 다 사용했는지 확인했다. 또한 전세계가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하더라도 각 국가가 지금부터 2050년까지 얼마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예측했다.
그 결과,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일본, 이스라엘 등 39개 고배출 국가들은 1986년에 1.5℃ 예산을 모두 소진했고, 1995년에는 2℃ 예산이 모두 사용됐다. 연구진은 "모든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1.5℃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고배출 국가들은 여전히 예산의 3배를 초과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저배출 국가 예산의 절반을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위치한 10개국은 탄소예산의 최소 95%를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연구진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정한 탄소가격 또는 탄소 초과배출과 관련된 비용을 기준으로 고배출 국가들이 지불해야 할 보상금을 산출했다. 그 결과, 고배출 국가들은 전세계에 총 192조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미국, EU, 영국이 192조달러 부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 미국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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