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국 탄광...美은행들 투자규모 '최고'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등 글로벌 거대 은행들이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탄소폭탄' 사업에 지난해만 1500억달러(약 203조6700억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2022년까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조8000억달러(약 2444조400억원)에 달했다.
10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 채굴사업을 '탄소폭탄' 사업이라고 칭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25여개의 탄소폭탄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류에게 남은 탄소예산은 2500억톤으로 6년이면 모두 소진된다는 점에서 '탄소폭탄'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권에 대한 시선은 곱지않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프랑스 비영리단체 테이터포굿(Data for Good)과 에클레어스(Éclaircies)를 비롯한 환경단체들과 현지언론들은 "일부 사업들의 경우 데이터가 오래됐거나 운영상태가 불분명한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진행중인 425개 사업 가운데 최소 20개는 2020년 이후 가동을 시작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중국 탄광"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팀은 "현재 총 294개 사업이 실행중이며, 128개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연자원방위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의 슈루티 슈클라(Shruti Shukla) 에너지연구원은 "실제로 더 많은 탄소폭탄이 존재할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줄여 화석연료 생산을 급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한 국가는 미국으로 밝혀졌다. 미국 은행들이 2016년~2022년까지 지원한 금액은 50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JP모건 체이스가 1410억달러 이상을 제공했으며, 씨티은행가 119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920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월스파고(Wells Fargo)은행은 620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흥업은행 등 중국 은행 3곳과 유럽 소재의 BNP파리바, HSBC, 바클레이즈(Barclays)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은행들은 화석연료 채굴사업에 대한 직접 대출이 아닌 그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에게 일반 금융상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그린워싱 목적으로 이같이 대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위험부담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행 넷제로 추세로는 화석연료 사업이 계속 확장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020년~2050년까지 석탄 공급량을 99%, 석유 공급량을 70%, 가스 공급량을 84% 줄여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면 탄소폭탄은 결국 좌초 자산이 되어 금융권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텐-헤르데케 대학(University of Witten-Herdecke) 지속가능금융 연구원 얀 피히트너(Jan Fichtner) 박사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또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성 없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결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목된 은행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고, 고객이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돕고,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1조달러를 투자하는 등 에너지부문 전반에 걸쳐 금융을 제공한다"며 "우리 은행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동시에 전세계가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 대변인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고객과 협력하여 다각화 및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우선 순위"라며 "우리는 2050년까지 금융부문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5개 고배출 부문에서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에 맞춰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탄소 집약적 활동을 줄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BNP 파리바는 "BNP파리바는 자금조달 방식에 관계없이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전용 금융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1년을 기점으로 탈 화석연료 기조를 더욱 강화해 2030년까지 에너지 투자의 80%를 청정에너지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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