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 '탄소폭탄' 되레 부채질...7년간 2440조원 투자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1 15:28:19
  • -
  • +
  • 인쇄
화석연료 채굴하는 '탄소폭탄 '사업 지속투자
대부분 중국 탄광...美은행들 투자규모 '최고'
▲JP모건 체이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등 글로벌 거대 은행들이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탄소폭탄' 사업에 지난해만 1500억달러(약 203조6700억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2022년까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조8000억달러(약 2444조400억원)에 달했다.

10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 채굴사업을 '탄소폭탄' 사업이라고 칭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25여개의 탄소폭탄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류에게 남은 탄소예산은 2500억톤으로 6년이면 모두 소진된다는 점에서 '탄소폭탄' 사업을 지원하는 금융권에 대한 시선은 곱지않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프랑스 비영리단체 테이터포굿(Data for Good)과 에클레어스(Éclaircies)를 비롯한 환경단체들과 현지언론들은 "일부 사업들의 경우 데이터가 오래됐거나 운영상태가 불분명한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진행중인 425개 사업 가운데 최소 20개는 2020년 이후 가동을 시작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중국 탄광"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팀은 "현재 총 294개 사업이 실행중이며, 128개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연자원방위협의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의 슈루티 슈클라(Shruti Shukla) 에너지연구원은 "실제로 더 많은 탄소폭탄이 존재할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줄여 화석연료 생산을 급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한 국가는 미국으로 밝혀졌다. 미국 은행들이 2016년~2022년까지 지원한 금액은 50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JP모건 체이스가 1410억달러 이상을 제공했으며, 씨티은행가 119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920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월스파고(Wells Fargo)은행은 620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흥업은행 등 중국 은행 3곳과 유럽 소재의 BNP파리바, HSBC, 바클레이즈(Barclays)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은행들은 화석연료 채굴사업에 대한 직접 대출이 아닌 그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에게 일반 금융상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그린워싱 목적으로 이같이 대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위험부담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행 넷제로 추세로는 화석연료 사업이 계속 확장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020년~2050년까지 석탄 공급량을 99%, 석유 공급량을 70%, 가스 공급량을 84% 줄여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면 탄소폭탄은 결국 좌초 자산이 되어 금융권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텐-헤르데케 대학(University of Witten-Herdecke) 지속가능금융 연구원 얀 피히트너(Jan Fichtner) 박사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또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성 없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결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목된 은행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고, 고객이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돕고,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1조달러를 투자하는 등 에너지부문 전반에 걸쳐 금융을 제공한다"며 "우리 은행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동시에 전세계가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 대변인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고객과 협력하여 다각화 및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우선 순위"라며 "우리는 2050년까지 금융부문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5개 고배출 부문에서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에 맞춰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탄소 집약적 활동을 줄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BNP 파리바는 "BNP파리바는 자금조달 방식에 관계없이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전용 금융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1년을 기점으로 탈 화석연료 기조를 더욱 강화해 2030년까지 에너지 투자의 80%를 청정에너지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코오롱 사장단 임원인사...40대 신규임원 대거 발탁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에 코오롱ENP 김영범 사장을 내정하는 등 코오롱그룹이 24일 올해 정기인사를 일찌감치 단행했다.신임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러쉬,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도입...글로벌 뷰티업계 최초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글로벌 뷰티업계 최초로 '오션 플라스틱 방지 인증(Prevented Ocean Plastic™, 이하 POP)' 용기 비중을 늘

해킹 피해 안당했다더니...LG유플러스 서버도 뚫렸다

LG유플러스도 서버가 해킹 당한 정황을 사이버 보안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3사가 모두 사이버침해를 당했다.23일 연합뉴스는 LG유플러스

LG CNS, 난민 돕는다...유엔난민기구에 AI법률지원 서비스 기부

AX전문기업 LG CNS가 유엔난민기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난민 법률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기부한다고 23일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법률서비

대한항공, 캐나다 2대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 확보 완료

대한항공이 캐나다의 2대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은 캐나다 웨스트젯의 지배회사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및

기후/환경

+

'슈퍼태풍' 배후는 석유기업?..."소송으로 기후책임 묻는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소송을 당하거나 패소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이 가해지고 있다. 필리핀의 슈퍼태풍에서 살

막가는 트럼프 행정부...북극곰 서식지에 석유시추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래스카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ANWR) 전역에 석유·가스 시추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23일(현지시

美플로리다 산호...유례없는 해양 열파에 사실상 '멸종단계'

미국 플로리다의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사실상 멸종단계에 이르렀다.24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시카고의 셰드수족관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해안에 서

기후재난 절반이상 발생하는 아시아...기후 대응정책 '시험대'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자 아시아 각국이 적응 중심 대응에 나섰다.22일(현지시간) 뉴질랜드의 아시아미디어센터(Asia Media Centre

끝나지 않은 더위에 日 농업 직격탄…벼·과일·채소 수확량 급감

일본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벼와 과일, 채소의 생산량과 품질이 급감하고 있다. 쌀값이 2배 이상 치솟았던 일본에서 기후변화로 농산물

기후적응 신품종 개발한 CJ제일제당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 수상

기후대응 신품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수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하는 '제15회 기후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