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금액의 10%...차관 제외한 원조금 제시해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었던 선진국들이 이에 대한 책임으로 개발도상국에 지급하기로 했던 '기후기금'이 당초 약속한 금액의 10분의 1 수준만 모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5일(현지시간) 발간한 '기후금융의 그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돕기 위해 약속한 기후기금 1000억달러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복구 명목의 실질적인 원조금은 115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선진국들은 중·저소득 국가들에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낮은 중·저소득 국가들이 기후재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고, 앞으로 이 국가들이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누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내고, 기술공유이나 유·무상차관 등 원조 방식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2020년 실제 모금된 기후기금은 목표액에 한참 모자라는 830억달러에 그쳤다. 이 금액에서 무상원조가 아닌 차관 형태의 자금을 제외하고, 기존 공적개발원조(ODA)로 책정돼 있던 기금을 돌려 기후기금으로 끼워맞춘 금액까지 제외하면 210억~245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여기서 온실가스 저감책인 '기후완화' 부문, '교육·보건' 등 간접적인 명목까지 발라내면 당장 기후위기로 닥쳐오는 재난·재해를 막기 위한 인프라 정비 및 피해복구에 쓰일 수 있는 '기후적응' 명목의 예산은 95억~115억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목표액에 훨씬 못미치고, 기존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기후기금이 조성되면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는 '기후식민주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옥스팜의 기후정책 책임자 나프코테 다비(Nafkote Dabi)는 "홍수, 폭풍,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중·저소득국가들의 끔찍한 피해를 완화하려면 115억달러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미국에서는 고양이와 개 사료로만 매년 이 금액의 4배를 더 쓰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보고서는 선진국들에 대해 △2020~2025년 약속된 기후기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계획 △단순 기금이 아닌 기금이 활용되는 사업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 △사업의 목표와 투자액을 명시하고 차관을 제외한 원조금 규모 제시 △추후 기존 1000억달러 및 ODA 제외 신규 지원금 증액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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