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98% 기후변화로 '신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5 12:39:07
  • -
  • +
  • 인쇄

아프리카 어린이 98%가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유니세프(UNICEF)는 1일(현지시간)부터 케냐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Africa Climate Summit)에 앞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후, 질병, 각종 오염과 환경파괴로 인해 아프리카 49개국 가운데 48개국 어린이들의 위험지수가 '높음' 또는 '아주 높음'에 처해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나이지리아, 기니, 소말리아,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중에서 극빈국에 사는 어린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다. 소말리아의 경우, 지난해 장기적인 가뭄으로 5세 미만 어린이가 2만명 넘게 사망했다. 차드에서는 5세 미만 아동의 거의 40%가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대부분은 보건과 영양, 물, 위생 등 필수 사회기반시설도 취약하다. 보고서는 "이런 국가의 어린이들은 기상이변시 안전한 식수와 교육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 동부·남부 아프리카지역 리케 반 데 비엘(Lieke van de Wiel) 부국장은 "이 어린이들은 신체적으로 취약하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면서 "기후변화 대처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는 면역이나 행동특성 등이 아직 발달하는 시기"라며 "따라서 어려서부터 질병, 식량 불안정, 물 부족 및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정상적인 발달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어린이 기후 위험지수(출처=유니세프)

문제는 어린이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한데 이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다자기후기금(MCF)의 투자 중 어린이를 직접 지원하는 비율은 2.4%로 7100만달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역은 수질과 토양오염에 노출돼 있지만 지역별로 취약한 부분이 약간씩 다르게 나타났다. 아프리카 북부의 어린이들은 물 부족과 대기오염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지만 서부와 동부지역의 어린이들은 매개 질병, 폭염, 홍수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열대성 저기압과 해안 홍수의 위험은 특정 해안지역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성폭력, 아동학대 등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아동 노동, 아동 결혼, 극단주의 및 강제 이주를 유발하고 있다"며 "이는 아동대상 인신매매, 성폭력, 학대 및 노동착취에 대한 위험이 더 커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올해 발표된 유엔개발계획(UN Development Program)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보코 하람(Boko Haram) 등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들이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로 차드 호수가 가뭄에 메말라가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남획, 오염으로 인해 차드 호수의 90%가 메말랐다. 이 때문에 주변 거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먹고 살기 위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어린이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사실 기후위기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 전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500억톤 미만으로, 이는 20세기들어 배출된 1조7300억톤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 인구의 약 40%는 15세 미만이다. 유니세프는 "이 젊은이들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아프리카의 가장 큰 천연자원"이라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이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에 아동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아동의 아이디어와 창의성 등을 정책결정에 진지하게 받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1일~4일(현지시간) 케냐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부유국으로부터 새로운 재정적 약속을 확보하고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설정한 1000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기후재원 목표를 받는 안건이 논의된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은 "이번 회의는 인류가 기후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효과적인 행동을 취하고, 수억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입장을 정립할 기회"라며 "이번에 발표될 '녹색성장과 기후금융에 관한 나이로비 선언'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결집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산불 휩쓴 산청...600㎜ 넘는 물폭탄에 곳곳 산사태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산청군에 이번에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불로 회복되지 못한 산림이 폭우에 깎여 곳곳에 산사태가 발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