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우려 250인미만 사업장 유예
유럽연합(EU)이 의류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팔다가 남은 의류재고를 버리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마련중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EU 에코디자인규정' 초안에 따르면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이 '의류 및 장신구' 품목의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항목을 추가하는 안건을 두고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에코디자인규정은 역내 생산·유통·판매자가 제품의 설계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지켜야만 하는 환경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3월 EU는 '권고' 수준에 머물던 에코디자인지침을 전체 회원국 내에 직접적인 효력을 지니는 '규정'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세부 품목별 규제사항들이 연내 확정될 예정이다.
당초 EU 에코디자인규정 원안에는 대형 의류업체들에 한해 버려지는 재고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환불되는 제품이나 팔리지 않고 남게 되는 의류 재고들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폐기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영국 의류브랜드 버버리는 판매되지 못한 재고 2860만파운드(약 479억원)어치를 불태워 빈축을 샀다.
이같은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현재 섬유업계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EU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매년 600만톤의 의류폐기물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가운데 재활용 되는 비중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회원국들이 강력하게 건의사항을 밀어붙여 '의류 및 장신구'를 특정해 폐기를 금지하도록 못박은 것이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H&M의 본국 스웨덴은 반대했지만, 결국 초안에는 '의류 및 장신구'가 EU 에코디자인규정의 규제사항에 해당하는 세부 품목으로 포함됐다.
다만 최근 EU 내에서 지나친 환경규제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역내 경제를 옥죌 수 있어 신규 규제의 도입을 일시정지하고, 기존의 법들을 적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250인 미만의 연매출 5000만유로(약 729억원) 이하 중소기업들은 추후 논의를 통해 완화된 규제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EU 에코디자인규정 초안은 오는 22일 EU이사회에서 각국 장관들의 합의를 통해 확정되고, 이후 유럽의회에서 최종 표결을 거쳐 법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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