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새 유행병 늘면서 인간 종간감염 우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바닷새의 장내 유해미생물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울름대학교 글로리아 파켈만 박사후 연구원 주도 연구팀이 캐나다와 포르투갈의 바닷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닷새 장속에 항생물질의 내성을 가진 미생물과 플라스틱을 분해하면서 독소를 방출하는 미생물 등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바다에는 직경 5mm 이하의 입자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230만톤가량 떠다닌다. 먹이활동을 비롯해 해수면 위에서 오랜시간을 보내는 바닷새들은 이렇게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다보니 미세플라스틱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캐나다 키키커화크 지역의 이누이트족 사냥꾼들에게 기증받은 북방풀마갈매기 27마리, 포르투갈 아소르스 제도에서 빌딩에 부딪혀 죽은 코리슴새 58마리의 사체에서 소화액이 분비되는 '전위'와 대변을 배출하는 '배설강'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을 더 많이 섭취한 바닷새일수록 장내 미생물이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장내에 미생물이 다양하면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다양해질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플라스틱에 더 많이 노출된 바닷새의 내장에는 항생 물질에 내성을 가진 미생물이 늘어나 바닷새가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 산성을 띤 소화기관 속에서 플라스틱을 변형시키고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미생물도 나타났다. 플라스틱 제조시 쓰이는 화학성분 1만여 가지에 달한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화학성분이 새어나오게 되는데, 대부분 생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이다.
지난 1일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바닷새의 소화기관에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미세플라스틱의 '물리적 피해'를 입증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바닷새에 미치는 '화학적 피해'가 입증된 것이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피해에 대한 연구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된 적은 있지만, 실제 생태 환경의 사례를 가지고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경우 바닷새에 비해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환경에 있어 바닷새만큼의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다만 인간에게도 충분히 부수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닷새들이 점차 질병에 취약해지면서 새로운 유행병이 돌게 되면 언제 사람에게 종간 감염으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의 플라스틱 생물학자 마틴 바그너 연구원 "자연 생태계를 방해할수록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인 동물원성 감염증이 발생할 확률이 늘어난다" 우려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2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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