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예측·관리 위한 가상플랫폼 필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연료전지, 스마트가전, 전기자동차 등 '분산형 전력'을 적극 활용하고, 이에 따라 복잡하게 얽힌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IT기술을 활용한 '가상발전소'를 통해 유연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스마트 그린에너지포럼 주최로 LS용산타워에서 열린 '2023 스마트 그린 에너지 포럼: 지능형 전력망 슬기로운 비즈니스 탐구'에서 RE100 및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의 소비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인 '지능형 전력망'을 시급히 도입해야 할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은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다보니 여름철과 겨울철 피크전력에만 대비해 세우던 전력수급대책을 사시사철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빈번하게 출력량이 달라지면서 전압에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해안가에 몰린 풍력이나 호남지역에 몰린 태양광 등 편중된 경우가 많아 전력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프로젝트를 새로 진행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확대됨에 따라 계통망의 불안정성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정책관은 "수요와 공급을 지역적 차원에서 일치시켜 분산편익들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계통망 안정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관리 통제 가능하고, 시장에 들어와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서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규모로 분산된 전력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수요지 인근 또는 배전망에 연계돼 에너지·용량·보조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잉여 전기 해소 등이 가능한 전력 자원인 '분산자원'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에너지회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전력시장이 연료전지, 스마트가전, 전기차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분산형 전력 플랫폼 사례 분석'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60Hertz 김종규 대표는 "폭스바겐 미하엘 요스트 부사장은 전기차를 일종의 보조배터리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솔루션을 소개하며 조만간 폭스바겐이 전세계 수력발전 전력량을 넘어선 1TW 규모의 저장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다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분산전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IT 기술을 통해 각각의 자원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가상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유럽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신뢰성 있는 하나의 발전소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독일의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 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미국의 스템(STEM) 등이 대표적"이라며 "영국의 옥토퍼스에너지와 같은 경우에는 전기차 충전을 위한 특별 요금제, 30분마다 가격이 바뀌는 요금제, 피크시간마다 특별혜택을 주는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서비스까지도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스라엘이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자주 언급되지만, 대기업의 자금력과 제조기반이 받쳐주지 못해 서비스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온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한화큐셀, LG, 삼성, SK 등 전기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 현대자동차와 같이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 등 한 국가에 막강한 제조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가 잘 없다"면서 "대기업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척하는 사례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기술과 창업이 연결될 수 있는 가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기후에너지대학원이 주요 기술대학에 신설될 필요가 있고, 정책지원 못지 않게 민간기업들의 금융지원을 통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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