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철강, 수요 있어야 전환도 있다..."정부가 공공조달 물꼬 틔워야"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8 09: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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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 산업의 구조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부의 녹색철강 수요 창출이 전환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현재 '저탄소 철강'에 대한 정의나 인증 기준은 물론, 이를 반영한 공공조달 기준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28일 기후솔루션은 '저탄소 철강의 시작, 공공조달로부터: 한일 철강 녹색공공조달 비교와 제도 개선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부가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는 만큼 조달시장 수요도 함께 창출돼야 철강 산업의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제조업 온실가스의 40%를 차지하는 철강은 대부분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는 탄소집약 산업이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이나 전기로 전환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요'라는 지적이다. 초기 투자비용은 수십조 원대에 이르고, 전환 초기 저탄소 철강재의 생산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요처가 없다면 이러한 설비 전환이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정부가 저탄소 철강 수요를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공공조달이다. 특히 조달청을 통한 인프라 건설용 철강 구매는 대규모 수요처인 만큼, 조달 기준에 저탄소 항목이 포함되면 산업 전환의 직접적인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조달청의 최소녹색기준제품 지정 기준에는 탄소 배출량 기준이 없고, 철강 제품 자체도 조달 대상 품목에서 빠져 있어 철강 제품에 대한 별도의 조달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또 철강은 생산 공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매우 크지만, 현재 한국의 공공조달 기준은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저탄소제품 인증제도'는 품목별 평균값에 기반한 상대적 기준을 적용해 기술이나 에너지 전환을 통한 감축을 이끌지 못하고, 평균값이 계산되지 않는 모든 제품에 일률적 기준(3년간 3.3% 감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철강처럼 대규모 설비 기반 산업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철강은 동일 설비에서 대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 내 잦은 감축은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실제 감축 실적이 높은 제품에 대한 가점이나 구매 우대가 없어, 기술 전환을 단행한 기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철강 공공조달 정책을 비교한 표 (사진=기후솔루션)

반면 일본은 공공조달을 통해 녹색철강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5년부터 개정된 '그린구매법'을 시행해, 철강 품목을 지정조달 대상에 공식 포함했다. 일본철강연맹의 그린강재 정의를 수용해 수소환원제철·전기로 기반 철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감축 실적이 명확한 제품에 정부가 우선 구매 우대를 제공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정의-기준-조달'이란 정책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녹색철강 수요 창출을 위해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달청이 최소녹색제품 품목에 철강을 포함시키고, 대규모 공공 인프라 조달 시 저탄소 철강을 사용하도록 제도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부·조달청·국토교통부 간의 인증-조달-설계 기준이 서로 연동되지 않는 '제도 단절'을 문제삼으며, 관련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민간 주체가 함께하는 다자 협의체를 구성해 조달 기준 설계와 실행까지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를 계기로, 산업 심층 탈탄소화 이니셔티브(IDDI)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다. IDDI는 저탄소 철강에 대한 국제 기준 마련과 조달 기준 통합을 목표로 글로벌 기준을 조율하고 있어 한국이 조기 가입할 경우 글로벌 규범 형성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저탄소 조달 기준이 수출 요건으로 작용하는 국제 환경에서, IDDI 가입은 한국 철강 제품이 주요 수입국의 공공조달 시장에 접근할 발판이 되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안혜성 연구원은 "공공조달을 통한 저탄소 철강 수요 확보는 저탄소 전환뿐 아니라 현재 위기를 맞은 국내 건설용 철강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공건설 사업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국내 전기로 업체의 건설 강재가 우선 선택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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