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5개국 아티스트 300여명 참여
극지방에서 부서져내리는 얼음소리를 담아 기후변화로 꺼져가는 지구의 맥박을 전하는 대규모 음향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독일 올덴브루크대학교 헬름홀츠 기능성 해양생물다양성 연구소(HIFMB)와 알프레드베게너 연구소의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AWI)는 50개의 소리파일을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 2년간 두 곳의 음향연구소가 북극과 남극 해저에 설치해놓은 수중마이크로 녹음한 내역이다.
이 파일에는 '노래하는 얼음'이 녹음돼 있다. 기온상승으로 얼음에 미세한 균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에너지가 진동 형태로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가 음파로 분산된 것을 물속에서 소리로 담은 것이다. 원유·가스 시추를 위해 하루종일 10초 간격으로 바다에 공기총을 쏘는 '지진탐사' 소리도 담겨있다. 많은 해양생물들이 이 소음에 고통받고, 플랑크톤은 떼죽음을 당하면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좀처럼 담기 어려운 '로스해 물범'의 울음소리도 녹음됐다. 이 물범은 남극의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다 뭍으로 돌아올 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총빙'(叢氷·바다 위 떠다니는 얼음이 빽빽히 모여 언덕처럼 얼어붙은 것)에 올라가기 때문에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 없다.
극지방은 기후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북극의 기온은 전세계 평균기온보다 4배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 연구팀은 날로 고조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일반 대중이 보다 손쉽게 접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끝에 '소리'를 활용하기로 했다.
소리는 해양의 가장 깊고 먼 곳까지 전달된다. 소리를 활용하면 얼음에 덮여 눈으로 확인 불가능했던 심해생물들의 이동경로, 짝짓기 활동 등 생태계 구석구석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각적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바닷속 소리의 풍경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극지방 '소리의 풍경'을 담은 50개 표본을 글로벌 음향예술 및 현장녹음 프로젝트 협의체 '도시와 기억'(Cities and Memory)과 공유했다. 도시와 기억은 HIFMB, AWI 두 연구소와 함께 '극지의 소리들'(Polar Sounds) 프로젝트 참여자를 공모해 전세계 45개국 300여명의 아티스트들을 선발했고, 현재 연구팀이 제공한 소리파일을 기반으로 104개의 리믹스 곡들이 제작됐다.
AWI의 일세 판 오프제일란트(Ilse van Opzeeland)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를 예술로 '번역'한 것"이라며 "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전통적인 출판물이나 정책자료를 뛰어넘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의 50개 소리파일과 해당 파일을 기반으로 제작된 리믹스 곡들은 도시와 기억 '극지의 소리들'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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