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식수·수력발전 '비상'...대응해야
물을 관리하고 저장하는 댐들이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가뭄과 홍수로 퇴적물이 많이 쌓이면서 2050년에 이르면 저수용량이 4분의1로 줄어 전세계가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11일(현지시간) 유엔 연구기관인 유엔대학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는 전세계 150개국 대형댐 6만개 가운데 건설연도와 설계용량이 정확히 확인된 4만7403개를 분석한 결과, 전세계 대형댐 저수용량은 이미 13~19% 줄어들었다. 대형댐의 기준은 높이 15m 이상, 담수량 300만톤 이상, 초당 방류량 2000톤으로 정의된다.
1930~1970년 건설된 대형댐들은 대부분 50~100년 지속되도록 설계됐다. 이에 보고서는 대형댐들의 수명이 끝날 무렵인 2050년에 이르면 대형댐들의 저수용량이 23~28%까지 1조6500억㎥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줄어드는 물의 양은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캐나다 등 5개국이 한해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규모다.
댐의 저수용량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퇴적물로 지목되고 있다. 강은 자연적으로 퇴적물을 습지와 해안으로 씻어내지만, 댐은 이같은 자연 기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퇴적물이 쌓일 수밖에 없다. 퇴적물이 많아지면 저수용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형댐들은 홍수 피해를 방지하고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등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저수용량 감소는 심각한 물 관리·공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UNU-INWEH 소장 블라디미르 스마흐틴(Vladimir Smakhtin) 박사는 "전세계적인 댐의 저수용량 감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며 "퇴적물 증가가 하천 상류지역의 홍수 위험을 높이고 야생생물 서식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하류지역 주민들에게도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홍수와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이상기후는 더 늘어날 것이고, 가뭄으로 약해진 토양에 더 강도 높은 소나기가 내리게 되면 퇴적물은 훨씬 더 많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댐의 저수용량 감소는 수력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을 감소시켜 재생에너지 공급에도 타격을 입힌다. 보고서는 댐의 높이를 높이거나 퇴적물이 많이 늘어나는 홍수철에 대비한 우회 수로 설치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장기적으로 댐도 하천처럼 자연적 흐름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르웨이 포방(Fåvang)에서는 하천 건강과 수자원 회복을 위해 수력발전댐을 폭파시키기도 했다. 중국이 메콩강에 건설한 댐도 하류 국가로 유입되는 침전물의 흐름을 방해해 경관을 변화시키고 수백만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 두민다 페레라(Duminda Perera) 박사는 "전세계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댐의 저수용량이 줄고 있다"며 "이는 농업용수 공급, 수력발전, 식수 공급 등을 포함한 경제의 여러 측면에 큰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각 당국이 지역별 특성 등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새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예정인 댐만으로는 퇴적물 증가에 따른 물 부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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