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 기생충 급감...기후변화로 수온상승이 원인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0 17:14:57
  • -
  • +
  • 인쇄
140년전 어류표본이 밝혀준 기생충 위기
기생충, 먹이사슬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
▲어류 표본의 배를 갈라 기생충을 확인하는 연구진 (사진=버크 자연사·문화 박물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를 숙주로 하는 기생충이 지난 100여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첼시 우드(Chelsea Wood) 박사 연구팀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버크 자연사·문화 박물관이 소장한 어류 표본을 연구한 결과 물고기 기생충 개체수가 10년마다 11%씩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버크 자연사·문화 박물관'이 소장한 8종의 어류 표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어류 표본들은 미국 본토에서 두번째로 큰 강어귀인 '퓨젓사운드'에서 채집한 것으로, 18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팀은 총 699마리 표본에서 촌충을 비롯해 85종 1만7259마리의 기생충을 확인했다.

포유류나 조류 표본은 피부와 가죽, 깃털 등만 남겨 박제하지만 어류 표본은 파충류나 양서류 등처럼 알코올 등의 방부제 용액에 넣어 보관함으로써 채집 당시 몸 안에 있는 기생충이 그대로 보존된다.

이런 기생충은 한 숙주에서 일생을 마치는 종도 있지만, 대부분은 알, 유충, 성체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3개 이상 숙주를 옮겨다닌다. 퓨젓사운드 어류 표본에서 확인된 기생충도 절반 이상이 3개 이상 숙주를 옮겨 다니는 종들인데, 10년에 11%씩 개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까지 완전히 사라진 기생충 10종 중 9종이 3개 이상 숙주를 옮겨 다니는 종으로 밝혀졌다.

우드 박사는 "하나나 두 개의 숙주만 옮겨다니는 종은 상당히 안정적이었지만 3개 이상 숙주를 옮겨다닌 종은 (개체수가) 추락했다"면서 "상황이 너무 심각해 포유류나 조류처럼 사람이 관심을 두는 종이었다면 보존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크 박물관의 어류 표본 (사진=버크 자연사·문화 박물관)


연구팀은 기생충이 두려움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생물이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계에 걱정스러운 뉴스라고 강조했다.

기생충 생태학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나 복잡한 생활사를 가진 기생충이 먹이사슬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고 최상위 포식자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는 점에서 어류의 기생충 급감이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어류 기생충 급감의 원인으로 퓨젓사운드의 수질 오염과 수면 온도, 숙주 어류종의 상황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1950∼2019년 1℃가 오른 해수면 온도가 오른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알과 유충, 성체 등으로 바뀌면서 3개 이상 숙주를 옮겨다녀야 하는 복잡한 생활사를 가진 기생충으로서는 어느 때든 수온 상승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우드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퓨젓사운드에서 어류 기생충이 많이 감소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이곳처럼 많은 연구가 이뤄진 생태계에서 기생충 급감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기생충 종이 정말로 위험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이는 인류가 의존하는 기생충발 생태 서비스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나쁜 소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볼락(copper rockfish) 아가미서 나온 흡충류 기생충(Microcotyle sebastis) (사진=버크 자연사·문화 박물관)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