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이 없다'...DMZ 지하수도 미세플라스틱 검출

전찬우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7 15:10:11
  • -
  • +
  • 인쇄
강원대 연구팀 2년에 걸쳐 지하수 채취해 성분조사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 (사진=양구DMZ생태관광협회)


청정지역의 대명사로 꼽히는 비무장지대(DMZ) 지하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로서 미세플라스틱은 극지방에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증명됐다.

이진용 강원대학교 지질학과 교수팀은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에서 지난 2020년부터 2년에 걸쳐 수집한 지하수 샘플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LDPE), 폴리염화비닐(PVC) 등 다양한 종류의 미세플라스틱 재질이 검출됐다고 27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1㎛~5㎜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자연분해되지 않고 풍화에 의해 점점 더 작아지는 특성을 지닌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육지부터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식수·식품·공기 등을 먹거나 마시면서 체내 유입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년 연구에서는 인간의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올 10월 이탈리아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사람의 모유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는 우유에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되고 분유를 먹는 아기가 하루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실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 실험실 동물, 해양야생동물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프탈레이트 등 유해한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하수 샘플을 2020년 건기와 2021년 우기 그리고 건기 등 총 3회 수집했다. 1회차 수집한 샘플에서는 지하수 1리터당 0.02~0.15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고, 2회차에서는 0.02~2.56개, 3회차에서는 0.20~3.4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계절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지만 농가의 지하수 사용량과는 높은 상관관계(r=0.71)를 보였다.

명확한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의 지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비무장지대 지하수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인근 농가에서 사용한 비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용이나 바닥덮기용 비닐, 비료봉지, 농업장비 등에서 풍화된 플라스틱이 토양을 오염시켰고, 오염된 토양으로 인해 지하수까지 오염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13개의 관정(평균 깊이 7.14m)에서 각각 300~500L의 샘플을 채취하면서 외부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폐된 실리콘 호스를 사용했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약 168만개 관정에서 연간 29억7000만㎥의 지하수를 퍼올렸다. 대부분 농업용과 생활용으로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지하수 오염은 대수층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지하수 수질검사는 주로 카드뮴, 비소, 수은 등 중금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청정구역인 DMZ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미뤄볼 때, 다른 지역의 지하수 또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연구진은 "전국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경기도,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6곳으로 확대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국 최초로 운영하는 '일회용품 없는 경기특화지구'를 5곳에서 6곳으로 확대한다고 24일 밝혔다. 양평 양수리전통시장

LG화학, 한샘과 손잡고 세계 최초 친환경 소재 주방가구 생산

LG화학이 한샘과 손잡고 친환경 주방가구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선다. LG화학은 지난 21일 한샘 송파점에서 한샘과 '친환경 가구용 성형자재 개발 업무협

프랑스, 내년부터 화장품·섬유에 'PFAS' 사용금지

프랑스가 내년부터 화장품과 섬유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이 금지된다.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경기도, 전국 최초로 '기후테크 산업육성 조례' 제정

기후테크의 정의와 사업 육성 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담은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도에서

LG화학, 여수공장과 中텐진 '폐기물 매립제로' 국제인증 획득

LG화학이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국제인증을 한국과 중국 사업장에서 동시에 받았다.LG화학은 국내 여수 화치공장과 중국 톈진

SK케미칼, CDP 기후변화 분야 평가 'A등급' 획득

SK케미칼이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ESG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SK케미칼은 최근 국제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기

기후/환경

+

수년째 '오락가락'하는 봄꽃 개화...올해는 언제 피려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오락가락하면서 봄꽃 개화 시기도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예상시기도 마찬가지다.산림청은 올해 봄꽃

"기후연구도 하지마"...트럼프, 과학자들에 기후보고서 작성 금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과학자들에게 글로벌 기후보고서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미국을 기후변화 대응·연구에서 철수시

반나절에 124cm '펑펑'...5m씩 쌓인 눈에 파묻힌 日북부

일본 각지에 폭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부 아오모리현에서 눈이 5m 넘게 쌓였다.NHK 등 현지언론은 이 지역에 위치한 온천관광지 스가유의 적

'2026 월드컵' 축구선수들 전례없는 기후스트레스 겪는다...왜?

오는 2026년에 치뤄지는 'FIFA 월드컵'에 참가하는 축구선수들은 높은 온도와 습도에 노출돼 건강에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20일(현

"석유 시추금지 풀지마"...환경단체들, 美트럼프 대상 소송제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단체로부터 2건의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첫번째 소송이다.19일(현지시간) 그린피스와 생물다

탄소감축의 획기적 방법?...CO2가 재생연료 '메탄올'로 변신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CO2)를 재생연료로 변신시킬 수 있는 촉매가 미국에서 개발됐다.왕해량 미국 예일대학 화학과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18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