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의 대명사로 꼽히는 비무장지대(DMZ) 지하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로서 미세플라스틱은 극지방에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증명됐다.
이진용 강원대학교 지질학과 교수팀은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에서 지난 2020년부터 2년에 걸쳐 수집한 지하수 샘플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LDPE), 폴리염화비닐(PVC) 등 다양한 종류의 미세플라스틱 재질이 검출됐다고 27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1㎛~5㎜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자연분해되지 않고 풍화에 의해 점점 더 작아지는 특성을 지닌다.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육지부터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식수·식품·공기 등을 먹거나 마시면서 체내 유입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년 연구에서는 인간의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올 10월 이탈리아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사람의 모유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는 우유에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되고 분유를 먹는 아기가 하루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실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 실험실 동물, 해양야생동물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프탈레이트 등 유해한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하수 샘플을 2020년 건기와 2021년 우기 그리고 건기 등 총 3회 수집했다. 1회차 수집한 샘플에서는 지하수 1리터당 0.02~0.15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고, 2회차에서는 0.02~2.56개, 3회차에서는 0.20~3.4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계절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지만 농가의 지하수 사용량과는 높은 상관관계(r=0.71)를 보였다.
명확한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의 지하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비무장지대 지하수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인근 농가에서 사용한 비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용이나 바닥덮기용 비닐, 비료봉지, 농업장비 등에서 풍화된 플라스틱이 토양을 오염시켰고, 오염된 토양으로 인해 지하수까지 오염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13개의 관정(평균 깊이 7.14m)에서 각각 300~500L의 샘플을 채취하면서 외부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폐된 실리콘 호스를 사용했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약 168만개 관정에서 연간 29억7000만㎥의 지하수를 퍼올렸다. 대부분 농업용과 생활용으로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지하수 오염은 대수층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지하수 수질검사는 주로 카드뮴, 비소, 수은 등 중금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청정구역인 DMZ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미뤄볼 때, 다른 지역의 지하수 또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연구진은 "전국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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