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먹는 나방애벌레가 비닐도 먹는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0-05 14:50:23
  • -
  • +
  • 인쇄
수 시간 내 플라스틱 분해 효과
"애벌레 효소, 재활용 혁명될 것"
▲플라스틱을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연합뉴스)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에서 비닐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됐다.

4일(현지시간)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연구진은 유충의 타액에서 확인된 200가지 단백질 가운데 플라스틱 분해효과가 있는 두 가지 효소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효소는 실온에서 불과 수 시간 내에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효소가 비용효율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에 쓰이며 재활용의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지면서 현재 플라스틱 오염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부터 심해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에 만연해있다. 특히 비닐의 소재인 폴리에틸렌은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30%로 전세계 플라스틱 오염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폐기물의 수거·처리와 함께 생산량을 줄이는 일이 필수과제로 대두됐다. 그리고 완전한 재활용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현 재활용이 기계적 공정을 사용해 이렇게 생산된 제품 또한 가치수준이 재활용 이전보다 낮아진다는 점이다.

반면 화학분해는 화학물질이나 추가 가공으로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해 원유로 플라스틱을 계속해서 생산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해당 효소의 경우 합성도 쉬워 플라스틱 분해의 병목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의 화학분해는 보통 가열 과정이 필요하나 효소는 상온 및 중성 pH(수소이온농도)에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밀랍벌레라고도 불리는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은 본래 꿀벌에 큰 해를 입히는 해충으로, 벌집에 기생하며 밀랍을 먹는다. 연구진은 이 점을 플라스틱분해가 가능한 이유로 추정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효소가 식물의 자기방어용 독성물질 또한 분해하는데 이 물질이 플라스틱의 일부 첨가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당 효소가 상업적인 적용 측면에서 아직 시기상조지만 언젠가 대형재활용공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비닐봉지 재활용키트를 구비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미생물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된 바 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와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먹기 위해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가지 유형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30000가지가 발견됐다.

2020년에는 PET 플라스틱을 빠르게 분해하는 슈퍼효소가 공개됐다. 이는 2016년 일본의 한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박테리아의 효소를 변형한 것이다. 같은 해 프랑스 생화학기업 카르바이오스(Carbios)는 퇴비 속 박테리아로부터 PET를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으며, 독일 라이프치히 헬름홀츠환경연구센터(UFZ) 연구진은 폴리우레탄을 먹는 슈도모나스 박테리아의 변종을 발견했다.

현재 딱정벌레와 나비유충의 플라스틱 섭취 가능성에 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광복적금부터 기부까지...은행들 독립유공자 후손돕기 나섰다

최고금리 8.15%에 가입만 해도 독립유공자 단체에 815원 기부되는 등 시중은행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지원에 나서고 있다.8일 KB국민·신

SK이노·카카오·빙그레...광복 80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에 '한뜻'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독립유공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정부, 사망자 1명만 나와도 공공입찰 제한 추진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

[최남수의 ESG풍향계] 삼성전자vsTSMC...ESG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기후/환경

+

튀르키예 규모 6.1 지진...200km 떨어진 이스탄불도 '흔들'

튀르키예 서부 발르케시르 부근에서 10일 오후 7시 53분쯤(현지시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이날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지진의

"韓 10대 기업 폭염 책임액 161조원...발전5사가 58% 비중"

지난 13년간 전세계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서 국내 10대 기업들이 차지하는 책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6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61조원 가운데

하늘의 공포 '난기류'...가장 심한 항공 노선은 어디?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더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에서 난기류가 가장 심한 항공노선은 193km 거리의 아르헨티나 멘도사-칠레 산티아고 노선인 것으

EU, 해외 탄소크레딧 구매로 탄소감축?..."탄소투자 위축" 비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佛 파리 면적의 1.5배가 '잿더미'…기후변화가 빚은 산불

프랑스 남부에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파리의 1.5배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기후변화로 발생한 이례적인 가뭄이 산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프

[주말날씨] 천둥·번개 동반한 '국지성 호우'...남부지방 최대 150㎜

이번 주말에 또다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내리겠다. 토요일인 9일 오후부터 일요일인 10일 오후 사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