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 효소, 재활용 혁명될 것"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에서 비닐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됐다.
4일(현지시간)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연구진은 유충의 타액에서 확인된 200가지 단백질 가운데 플라스틱 분해효과가 있는 두 가지 효소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효소는 실온에서 불과 수 시간 내에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효소가 비용효율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에 쓰이며 재활용의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지면서 현재 플라스틱 오염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부터 심해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에 만연해있다. 특히 비닐의 소재인 폴리에틸렌은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30%로 전세계 플라스틱 오염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폐기물의 수거·처리와 함께 생산량을 줄이는 일이 필수과제로 대두됐다. 그리고 완전한 재활용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현 재활용이 기계적 공정을 사용해 이렇게 생산된 제품 또한 가치수준이 재활용 이전보다 낮아진다는 점이다.
반면 화학분해는 화학물질이나 추가 가공으로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해 원유로 플라스틱을 계속해서 생산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해당 효소의 경우 합성도 쉬워 플라스틱 분해의 병목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의 화학분해는 보통 가열 과정이 필요하나 효소는 상온 및 중성 pH(수소이온농도)에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밀랍벌레라고도 불리는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은 본래 꿀벌에 큰 해를 입히는 해충으로, 벌집에 기생하며 밀랍을 먹는다. 연구진은 이 점을 플라스틱분해가 가능한 이유로 추정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효소가 식물의 자기방어용 독성물질 또한 분해하는데 이 물질이 플라스틱의 일부 첨가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당 효소가 상업적인 적용 측면에서 아직 시기상조지만 언젠가 대형재활용공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비닐봉지 재활용키트를 구비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미생물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된 바 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와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먹기 위해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가지 유형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30000가지가 발견됐다.
2020년에는 PET 플라스틱을 빠르게 분해하는 슈퍼효소가 공개됐다. 이는 2016년 일본의 한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박테리아의 효소를 변형한 것이다. 같은 해 프랑스 생화학기업 카르바이오스(Carbios)는 퇴비 속 박테리아로부터 PET를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했으며, 독일 라이프치히 헬름홀츠환경연구센터(UFZ) 연구진은 폴리우레탄을 먹는 슈도모나스 박테리아의 변종을 발견했다.
현재 딱정벌레와 나비유충의 플라스틱 섭취 가능성에 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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