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의 빨간색 로고와 접착비닐도 재활용 방해
오는 12월 2일부터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시행되지만 티음료 브랜드 '공차'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플라스틱컵과 뚜껑의 재질이 달라 재활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전국 3만8000여곳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각 매장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일회용컵은 재활용업체에서 재활용된다.
이 제도 도입에 앞서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 국내 20여곳의 프랜차이즈들은 플라스틱 컵과 뚜껑의 재질을 페트(PET)로 통일했다. 해당 업체들은 지난 2018년 5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플라스틱컵의 재질을 페트로 통일시킨 것이다.
당시 이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던 공차는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재질을 PP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접착하는 비닐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재질이다. 공차의 대표 제품인 버블티는 음료를 흔들어마셔야 하는 특성상,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컵에 비닐을 접착하고 있다. 공차는 이 비닐이 컵에 잘 접착되도록 하기 위해 PP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 재질이 서로 다르면 재생원료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현수 ACI 대표는 15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페트의 녹는점은 260°C이고, PP는 160°C, LDPE는 115°C"라며 "이를 한데 모아서 녹이면 녹는점이 낮은 PP와 LDPE는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재생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은 깨지거나 색깔이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인쇄된 빨간색의 공차 로고도 재활용의 방해요소다. 다른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로고 크기를 축소하고 색상도 흰색으로 통일했지만 공차는 여전히 빨간색을 고수하고 있다. 유색으로 인쇄된 플라스틱컵은 재생원료 순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공차는 플라스틱컵 열을 가해 비닐을 붙인다. 비닐을 제거하더라도 색이 들어가 있어 전혀 재활용되지 않는다. 김현수 대표는 "공차 플라스틱컵은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한다"며 "99.99% 고순도 재생원료를 생산하려면 이런 컵 사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껏 수거해서 재활용센터로 옮겨진 공차 플라스틱컵은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그런데 공차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대상 프랜차이즈업체다. 올 4월 기준 공차의 매장수는 800여곳에 이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 매장이 1700여곳인 것과 비교해도 결코 작은 매장수가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소비된 일회용컵은 10억개가 넘었지만 매장에서 회수된 일회용컵은 19%에 불과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매장의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데, 공차의 경우는 회수된 컵이 오히려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 공차 관계자는 "플라스틱컵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컵 재질 변경을 논의중"이라며 "LDPE 재질의 비닐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는 12월 이전까지 재질변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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