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은 초기투자비 적어 시장진입 장벽 낮출 것
폐플라스틱을 고온가열해 원유를 뽑아내는 열분해유 생산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중앙집중시설보다 컨테이너형 설비를 지역별로 나눠 설치하면 경제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형화된 분산형 시설은 초기투자 비용도 적어 열분해유 시장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임한권 교수팀은 분산형 시스템과 기존의 중앙집중형 열분해유 생산시스템의 경제적·환경 타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중앙집중 방식은 플라스틱 처리량은 많은데 비해 연간 수익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분산형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중앙집중식 열분해유 생산방식은 하루 플라스틱 처리량이 3100~4600kg으로 나왔다. 반면 분산형 시스템은 하루 처리량이 1000~4000kg이었다. 그러나 중앙처리 방식의 연간 수익은 최대 14만7800달러(약 1억9000만원)인 반면, 분산형 처리방식은 19만 6600달러(약 2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앙집중식이 670~1430kg인데, 분산형 시스템은 100~1000kg로 예측돼 분산형이 더 유리한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총 61개 지역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6개의 컨테이너 형태 분산형 설비와 중앙집중형 공장으로 운송된다고 가정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실제 지역별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을 반영했다.
논문 제1저자인 보리스(Boris Brigljević) 유니스트 연구원(현 ㈜카본밸류 소속)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원은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서 소규모의 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이 산재한 경우를 분석해 보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리스 연구원이 경제성·지정학적 분석 데이터를 확보한 크로아티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동 제1저자인 변만희 연구원은 "분산형 설비 가격이 중앙집중형보다 저렴하고, 운송경로 최적화로 플라스틱 수거 비용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지리적 여건 등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국에 관한 연구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임한권 교수는 "설비 대형화와 공격적 투자로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 대신 소규모 시설로도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열분해유 생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반적인 열분해유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전세계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060년쯤 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2019년보다 3배 많은 10억1400만톤에 달할 것으로 경고했다. 이는 에펠탑 10억개와 맞먹는 무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20%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플라스틱 열분해유 기술은 이처럼 낮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분해유는 300~800°C의 고열로 폐플라스틱을 열처리해 원래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정제한 열분해유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만큼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계속 쓰는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파키스탄의 라호르 경영과학대학교(Lahore University of Management Sciences)와 ㈜ 카본밸류와 함께 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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