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역사상 전례없는 일"...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가뭄과의 전쟁'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5 13:51:58
  • -
  • +
  • 인쇄
스페인·포르투갈, 1200년만의 최악 가뭄
이탈리아, 70년만의 가뭄 '비상사태' 선포


기후변화로 스페인과 포르투칼,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지역이 역대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2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고, 이탈리아 역시 70년만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물사용을 제한하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속한 이베리아 반도는 겨울철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습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이다. 그런데 '아조레스 고기압'(Azores high)으로 불리는 연안 고기압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면서 겨울철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저기압 전선을 차단하면서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농업과 관광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4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는 1850년 이전 10분의 1에서 1850~1980년 7분1, 1980년 이후 4분1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대서양 저기압 전선이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영국 북부와 스칸디나비아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증가했다. 또 거대한 아조레스 고기압이 발생한 해에는 겨울철 월평균 강우량이 약 3분1로 줄었다.

연구진은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가 증가하는 원인이 기후변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롤라인 엄멘호퍼(Caroline Ummenhofer) 미국 우즈홀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박사는 "지난 100년간 증가한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는 이전 1000년 역사에서 전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엄멘호퍼 박사는 이 원인에 대해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이베리아 반도와 지중해가 상대적으로 건조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이 0으로 줄어들 때까지 아조레스 고기압이 이베리아 반도의 가뭄을 지속적으로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몇 년동안 이베리아 반도는 폭염과 가뭄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스페인은 올 5월에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위기로 스페인 폭염 발생가능성이 10배 더 높아지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구스강이 완전히 말라버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폭염이 덮친 스페인은 1950년 이후 해마다 강수량이 5~10mm씩 감소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금세기말에 겨울 강우량이 10~2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갈수록 물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스페인 남부 올리브 생산량은 2100년까지 30% 감소하고, 이베리아 반도 전역의 포도 재배지가 2050년까지 25%~99%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가뭄 상황도 심각하다. 이탈리아 포 강과 동부 알프스 분지의 가뭄으로 에밀리아로마냐,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베네토 등 5개 지역에 비상령이 내려진 상태다. 베네토의 베로나를 포함한 북부 일부 도시와 마을은 물 사용까지 제한됐다. 논, 농장, 소의 방목지 관개용수를 제공하는 포 강은 7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 강우량은 지난 30년의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역대급 온도상승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의 빙하까지 붕괴시켰다. 해방 3343m에 이르는 마르몰라다산은 한여름에도 만년설로 덮혀있던 곳인데, 느닷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붕괴로 등산객 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견고하기로 유명한 이 산의 빙하 꼭대기 온도는 평소 0℃였지만 사고 전날 10℃까지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가뭄은 이탈리아 중남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로마 티베르강의 수위도 낮아지면서 강바닥에 서식하는 수초들이 수면까지 노출됐다. 줄리오 벤단디(Giulio Bendandi) 뱃사공은 "이곳에서 40년 살면서 티베르강이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가뭄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북부 대부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농경지역에 3650만유로(약 3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