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70년만의 가뭄 '비상사태' 선포
기후변화로 스페인과 포르투칼,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지역이 역대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2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고, 이탈리아 역시 70년만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물사용을 제한하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속한 이베리아 반도는 겨울철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습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이다. 그런데 '아조레스 고기압'(Azores high)으로 불리는 연안 고기압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면서 겨울철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저기압 전선을 차단하면서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농업과 관광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4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는 1850년 이전 10분의 1에서 1850~1980년 7분1, 1980년 이후 4분1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대서양 저기압 전선이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영국 북부와 스칸디나비아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증가했다. 또 거대한 아조레스 고기압이 발생한 해에는 겨울철 월평균 강우량이 약 3분1로 줄었다.
연구진은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가 증가하는 원인이 기후변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롤라인 엄멘호퍼(Caroline Ummenhofer) 미국 우즈홀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박사는 "지난 100년간 증가한 아조레스 고기압의 빈도는 이전 1000년 역사에서 전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엄멘호퍼 박사는 이 원인에 대해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이베리아 반도와 지중해가 상대적으로 건조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이 0으로 줄어들 때까지 아조레스 고기압이 이베리아 반도의 가뭄을 지속적으로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몇 년동안 이베리아 반도는 폭염과 가뭄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스페인은 올 5월에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위기로 스페인 폭염 발생가능성이 10배 더 높아지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구스강이 완전히 말라버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폭염이 덮친 스페인은 1950년 이후 해마다 강수량이 5~10mm씩 감소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금세기말에 겨울 강우량이 10~2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갈수록 물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스페인 남부 올리브 생산량은 2100년까지 30% 감소하고, 이베리아 반도 전역의 포도 재배지가 2050년까지 25%~99%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가뭄 상황도 심각하다. 이탈리아 포 강과 동부 알프스 분지의 가뭄으로 에밀리아로마냐,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베네토 등 5개 지역에 비상령이 내려진 상태다. 베네토의 베로나를 포함한 북부 일부 도시와 마을은 물 사용까지 제한됐다. 논, 농장, 소의 방목지 관개용수를 제공하는 포 강은 7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 강우량은 지난 30년의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역대급 온도상승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의 빙하까지 붕괴시켰다. 해방 3343m에 이르는 마르몰라다산은 한여름에도 만년설로 덮혀있던 곳인데, 느닷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붕괴로 등산객 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견고하기로 유명한 이 산의 빙하 꼭대기 온도는 평소 0℃였지만 사고 전날 10℃까지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가뭄은 이탈리아 중남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로마 티베르강의 수위도 낮아지면서 강바닥에 서식하는 수초들이 수면까지 노출됐다. 줄리오 벤단디(Giulio Bendandi) 뱃사공은 "이곳에서 40년 살면서 티베르강이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가뭄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북부 대부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농경지역에 3650만유로(약 3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