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2100년까지 사라지는 농작물 8가지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5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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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식량보고서' 통해 사라질 작물 전망

기후위기로 2100년까지 8개 농작물이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이 나왔다. 

그린피스가 3일 발간한 '기후위기 식량보고서:사라지는 것들'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지 못하면 기후위기로 2100년까지 꿀과 사과, 커피, 감자, 쌀, 고추, 조개, 콩 등 8가지 농작물 생산이 어려워진다.

이미 지구온난화로 개화시기가 빨라져 벌들이 꿀을 모으지 못하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꿀들은 양식인 밀원을 채취하지 못하면서 개체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도 감소한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작물의 지형은 바뀌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고, 쌀의 단위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고추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작황이 부실해지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는 일부 커피 품종이 사라질 수 있고, 감자는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는 곧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봄···꿀과 사과

지난해 우리나라 봄날씨는 변덕스러웠다. 3월에는 이른 더위가 찾아오더니 4월에는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뒤섞였고, 5월에는 비가 잦았다. 이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한해 꿀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아까시나무가 개화기인 5월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 결과 꿀벌들에게 중요한 밀원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사실 꿀벌 생산량은 지난 2014년 이후 계속 감소세였다. 급기야 2020년에는 89%까지 줄었다. 신규 양봉농가는 증가했는데 기후변화로 꿀벌들의 먹이인 밀원이 감소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생산된다. 따라서 꿀벌이 사라지면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의 생산이 크게 감소해, 전세계적으로 식량난을 야기한다. 세계 생물다양성 정보시설(GBIF)은 꿀벌 개체수 감소가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35년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과'는 봄의 개화 상태가 그해 생산량을 결정짓는다. 겨울부터 시작된 이상기후는 냉해를 비롯해 불임 등에 의해 수분률이 감소하면서 '과수화상병' 같은 강력한 전염병이 봄에 나타난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사과의 잎·줄기·꽃·열매 등이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한 증세를 보이다가 말라죽는 병이다. 과수화상병을 겪은 과수원은 세균의 잠복기로 인해 이후 3년동안 사과, 배 등의 과수를 심을 수 없다.

기후위기로 사과재배 가능 지역이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다. 사과는 평균 15~18°C의 선선한 기후에서 일교차가 클수록 잘 자란다.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2030년엔 경북이 아닌 강원도 정선과 양구 일대가 사과 최대 산지가 될 것이라고 통계청이 이미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에선 고랭지 배추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농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90년에는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만 사과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추세면 향후 50~60년 이내에 남한땅에서 사과 재배지가 사라질 수 있다.


◇ 여름···커피와 감자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전세계 커피 소비량은 2017년부터 해마다 1%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커피 생산량도 계속 늘어 지난 2020년에는 약 1억6934만 포대(포대당 60kg)에 달했다. 이처럼 커피는 이제 일상 음료가 됐지만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커피는 사치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50년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3°C 이상 상승할 경우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 경작 가능지 가운데 75%, 로부스타 품종 커피 경작 가능지 가운데 63%가 커피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감자도 위기를 맞는다. 인류는 감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생물의 유전자풀(Gene Pool)을 단순화시켰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품종을 만들고 이를 단일화해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전자 다양성을 제한하는 이같은 농법은 이상기후 같은 환경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정 환경에만 적응한 단일유전자 감자는 조건이 달라지면 적응할 수 없다.

또 전염병이 한번 돌면 종자의 존속이 위태로울 만큼 큰 피해를 입는다. 1845~1852년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풋마름병은 대기근을 낳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 다양성이 낮은 감자는 이상기후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020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에 이르면 감자 생산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전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전에는 감자 산지는 주로 해발 2800~3500m에 위치했지만, 최근엔 더 서늘한 곳을 찾아 4000~4200m 높이로 이동했다. 이렇듯 기후변화가 가속화하고 유전자 다양성을 위한 종자 보존마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감자는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 가을···쌀과 고추


세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54kg이고, 아시아 지역은 연간 77kg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곡물 생산량 중 쌀은 옥수수와 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세계 78억명의 인구 절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쌀 생산량이 줄고 있어 전세계는 식량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벼는 보통 20~29°C에서 여무는데 이보다 기온이 상승하면 벼가 안정적으로 자라지 못한다. 또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해 토지 염도가 올라가고,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쌀 생산량을 감소시킨다. 국제미작연구소(IRRI)는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쌀 생산량이 약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 환경부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2100년 쌀 생산량이 지금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2020년 국내 쌀 재배 면적은 전년대비 0.5% 감소했고, 이상기후로 단위 생산량도 6.4% 감소했다. 쌀 생산량 감소는 비축량과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고추는 26~36°C에서 가장 잘 자라는 대표적인 고온성 여름 작물이다. 하지만 폭염일수가 증가하면서 고추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고추의 꽃봉오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과실의 양과 크기도 크게 감소한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국내 고추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2020년 고추 재배 면적은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고추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겨울···조개와 콩


지난해 여름, 캐나다 서부는 폭염으로 50°C에 육박하는 기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캐나다 밴쿠버의 키칠래노(Kitsilano) 해변가에서는 약 10억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이 집단 폐사했다. 간조 시간대에 방치된 홍합과 불가사리는 말라 비틀어졌다. 한반도 해수면도 50년(1968년~2017년) 사이에 1.23°C 증가했다. 이처럼 폭염은 해양 생물과 담수에 서식하는 수많은 수중생물을 위협하고 있다.

연안 암반지역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가 군집한 바다 숲은 수중생물의 먹이창고이자 서식지겸 산란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다를 정화하는 바다 숲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 다시마와 미역, 모자반같은 해조류가 자라야 할 암석 위에 마치 시멘트를 바른 것처럼 석회조류가 하얗게 뒤덮이는 '갯녹음 현상'이 바닷속 사막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갯녹음 현상이 한반도의 모든 바다로 확산됐고, 발생 빈도 역시 잦아졌다. 2014년 기준 동쪽 연안의 60% 이상, 제주와 남쪽 연안에서 30% 이상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의 85%를 수입에 의존한다. 콩 자급률은 26.7% 수준이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콩 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밥상 물가가 치솟는다. 지난해 전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폭염과 가뭄, 홍수, 태풍 등의 기상이변으로 현재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국제 곡물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상승한 애그플레이션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 대두의 77% 이상은 가축 사료로 쓰인다. 소와 돼지, 닭, 양식 어류까지 대부분의 가축 사료는 대두로 만든다. 세계자연기금(WWF)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소비하는 대두의 93%가 동물의 사료로 쓰인다. 이 수치는 직접 콩 요리를 즐기는 것과 상관없이, 콩이 육류 소비와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린피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식자재가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험에 처했음을 알리고자 한다"며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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