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경련 "주요국 원전 비중 늘었다" 사실일까?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3 06:00:03
  • -
  • +
  • 인쇄
EU택소노미 '원전과 천연가스' 포함 불확실
미국 프랑스 등 G5 원전발전 비중 되레 감소
전경련 "화석연료 비중감소세 강조하기 위해"
▲ 고리 원자력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화석연료 발전비중을 낮추기 위해 원전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제시한 해외 현황이나 사례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비약이 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23일 '재생에너지 산업 밸류체인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전 발전을 확대해 화석연료 발전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대내적으로 화석연료 발전 감소분을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을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G5(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사례를 들었다. 주요국들의 경우 최근 20년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전 관련 중국은 크게 성장했는데 한국의 경쟁력은 하락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주요국들은 대부분 원전 확대 기조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EU택소노미에서 청정에너지로 분류된 원전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EU택소노미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다. EU의회는 7월 6일 EU집행위원회가 마련한 택소노미 최종안을 놓고 표결할 예정으로, 원전의 청정에너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U의회 소위에서 청정에너지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배제해야 한다고 결의함에 따라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전경련 보고서는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것처럼 호도했다.

G5의 실제 발전량 비중도 전경련 보고서와 다르다. 보고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묶어 2개의 발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 5개 국가 모두 재생에너지 비중만 늘었을 뿐, 원전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2000년과 2020년 원전 발전 비중을 보면 미국은 19.7%에서 19.4%로 줄었고, 일본은 30.2%에서 3.8%로 급감했다. 영국(22.6%→16.1%), 프랑스(76.9%→66.5%), 독일(29.4%→11.1%)도 마찬가지로 비중이 줄었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화석연료 비중을 낮췄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주요국들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늘려 화석연료를 줄였다고 했다.

또 중국과 비교하며 원자력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2015년과 2020년의 전세계 원전 발전량 점유율을 보면 중국은 6.9%포인트(p) 늘었고, 러시아도 0.4%p 증가했다. 그러나 프랑스(3.9%p)와 미국(1.8%p), 독일(1.2%p), 우크라이나(0.6%p), 한국(0.4%p) 그리고 캐나다(0.3%p)와 스웨덴(0.3%P)의 점유율은 줄었다. 한국의 점유율 하락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G5가 원전 확대 기조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국가들의 정책 내용을 보면 기존 방식의 원자력 발전이 아닌 핵융합이나 소형모듈원전 등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경련의 주장처럼 기존 방식의 신규 원전을 짓거나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비중을 늘리겠다는 곳은 프랑스 정도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위원은 "원전 찬성측은 탈탄소, 에너지안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의 이유를 대는데 그러다보면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전 정권에서 그나마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흐름에 올라타려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다시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미래에 한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조병철 전경련 ESG팀 연구원은 "택소노미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을 아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갔다"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어떤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주요국가들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국도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거나, 강점을 가지고 있는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기후/환경

+

서울 첫 '폭염경보' 발령된 7일...전력수요도 첫 90GW 찍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7일 오후 국내 전력수요가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90기가와트(GW)에 달했다.7일 전력거래소의

[영상] 순식간에 9m 불어난 강…美텍사스 '대홍수' 참사

미국 텍사스주가 돌발홍수로 쑥대밭이 됐다. 폭우에 가뭄으로 말랐던 강 수위는 90분만에 9m까지 치솟았고, 인근 저지대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은 순식간

'日 대지진' 예언날짜 지났지만...여전히 불안한 주민들 '탈출러시'

'일본 대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언된 7월 5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를 중심으로 지진이 이어지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대피

폭염을 이기지 못한 아스팔트...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일까지 벌어졌다.지난 4일 뉴스1에 따르면 울산 북구 농소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도로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