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내세우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 보고서들은 내용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각 기업들이 발간한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 기업의 취재를 거쳐, 현 시점에서 각 기업의 ESG경영을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오리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공개한 ESG 항목 가운데 '환경(E)' 지표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실질적 이행실적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공개된 최근 수년간의 환경 데이터는 배출 총량 증가와 원단위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트리는 오리온이 공개한 환경(E) 지표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에너지, 용수, 폐기물, 포장재 등 주요 수치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오리온이 설명한 '효율개선'은 일부 지표에서 확인되지만, 총량 감축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량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증가했다"며서 "하지만 생산량 대비 배출량인 원단위 수치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원단위 지표는 제자리···배출 총량은 증가
오리온이 공개한 국내 스코프1·2 온실가스 배출총량은 2022년 6만7703톤에서 2024년 7만4067톤으로 2년 사이에 9.4% 증가했다. 2024년 배출량은 2023년과 비교해도 약 3.7% 늘었다.
제품톤당 배출량을 의미하는 '원단위' 지표는 2022년 0.73에서 2023년 0.72로 미세하게 낮아진 이후 2024년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효율은 일부 개선됐지만, 생산이 늘면서 배출량도 함께 늘어나 감축효과가 거의 미미했다. 오리온의 2030년 감축목표가 배출 총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단위 개선만으로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에너지 지표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기준 비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22년 1351테라줄(TJ)에서 2024년 1481TJ로 9.6% 증가했다. 에너지 원단위 역시 미세하게 개선된 이후 정체 상태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확대되고 있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국내 사업장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수치는 오리온이 강조하는 '효율관리'가 일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총량 감축 단계로 아직 전환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 폐기물 발생 늘고 친환경 부자재 구매 급감
온실가스 외 환경 지표를 보면 흐름이 더 복합적이다. 국내 물사용 총량은 2023년 77만7944톤에서 2024년 74만6313톤으로 4.1% 감소했다. 다만 용수 원단위는 사실상 정체돼 있으며, 재이용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폐기물은 증가했다. 국내 사업장 기준 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9963톤에서 2024년 1만1253톤으로 12.9% 늘었고, 재활용률은 95%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락 흐름을 보였다. 포장·부자재 사용량도 2023년 114.3톤에서 2024년 119.4톤으로 증가했으며, 플라스틱 사용량 역시 늘었다. 같은 기간 친환경 부자재 구매 비중은 82.3%에서 53.7%로 급감했다.
이러한 지표는 오리온의 환경 전략이 아직 '관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 항목에서는 감소가 나타났지만, 총량 기준으로 보면 온실가스·에너지·폐기물·포장재 모두 구조적인 감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S) 영역에서는 환경(E)과 맞닿아 있는 공급망 관리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오리온은 협력사 행동규범을 통해 안전·환경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재료 조달 과정에서 기후리스크나 공급망 배출(스코프3)에 대한 정량적 공개는 제한적이다. 기후변화로 농산물 수급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급망 차원의 대응전략이 환경목표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는 추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도 과제가 남아있다. ESG를 관리하는 조직과 체계는 갖추고 있지만, 환경 목표 달성 여부를 경영진 성과나 보상, 의사결정에 어떻게 연동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총량 기준의 감축목표가 실제 경영판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ESG 전략은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이 입사 4년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신설된 전략경영본부를 맡으면서 조직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SG를 포함한 중장기 전략 역시 재정비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현재로선 조직변화가 배출 총량 감축이나 에너지 구조전환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리온이 과연 올해를 기점으로 원단위 개선을 넘어 배출 총량 감축을 이뤄낼 수 있을까. 배출 총량을 실제로 줄이고, 자원사용 증가를 억제하는 구조적 전환을 이뤄냈는지는 다음에 공개되는 지표를 통해 검증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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